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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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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연금 비상]② “보험은 소용 없다”… 연금저축펀드·IRP로 몰리는 노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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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연금 시장에서 연금저축펀드와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펀드 투자로 노후자금을 불리는 상품이 인기다.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한 고객조차 펀드로 계좌를 이전하고 있다. 연금보험의 수익률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다. 국민의 노후 대비를 위한 선택지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펀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연금저축(보험·펀드·신탁) 누적 적립금 160조원 중 70%는 보험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펀드가 대세다. 2021년 연금저축 신규계약 175만건 중 펀드가 163만4000건으로 전체의 93%를 차지했다. 연금저축 가입자 10명 중 9명은 보험이 아닌 펀드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 적립금 점유율은 2015년 50.9%에서 2022년 45.9%로 쪼그라들었다.

연금저축(160조원)보다 더 많은 규모로 운영되는 보험사의 연금보험(208조원) 인기도 떨어졌다. 생명보험사의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는 2014년 6조9854억원에서 2022년 5조7634억원으로 17.4% 하락했다. 초회보험료는 보험에 가입하고 난 뒤 처음 내는 보험료다. 그만큼 가입자 수가 줄었다는 뜻이다.

연금저축보험과 연금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에 보험사가 이자를 붙여주는 상품이다. 원금을 보존할 수 있어 가장 안전하지만, 이자율이 채권보다 낮은 데다 최근에는 은행 예·적금 금리에도 미치지 못해 수익률이 높지 않다.

반면 연금저축펀드와 IRP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등 각종 펀드에 투자해 연금액을 불려 나가는 상품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어도 최종적으론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돼 있다. 실제 계약당 연금수령액은 2021년 기준 보험이 243만원, 펀드가 723만원으로 3배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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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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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연금 시장에서 보험사의 최고 무기는 종신형 연금보험이다. 종신형 연금보험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지급되는 상품으로, 생명보험사만 판매할 수 있다. 오래 살수록 받을 수 있는 총연금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보험사는 의학 기술이 발전해 원하지 않아도 90세 이상까지 생존하는 ‘장수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30대가 종신형 연금보험에 가입하면 얼마나 이득을 볼 수 있을까. 한 대형 생명보험사가 35세 남성에게 추천한 상품을 보면, 매월 50만원을 10년 동안 내고 65세 때부터 매년 529만원의 연금을 사망할 때까지 받는 조건이다. 낸 보험료(원금) 6000만원을 회수하려면 77세까지 연금을 받아야 하고, 이후부터가 수익 구간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생명표에 따르면 35세 남성의 기대수명은 80.7세다. 기대수명까지 생존하면 2400만원의 이자수익을 거두는 셈이다. 6000만원을 20년 동안 보험사에 거치해 16년 동안 매년 150만원의 이자를 받는 수준으로, 수익률은 약 1.7%다. 85세까지 생존하면 수익률은 3.1%, 90세까지 생존하면 4.15%다. 기대수명 이상으로 생존해야만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익을 보는 것이다.

일각에선 보험 상품의 저조한 수익률 탓에 펀드에만 노후자금이 몰린다고 분석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금저축펀드 등은 원금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손실을 가입자가 부담하게 된다”라며 “보험이 워낙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 펀드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연금을 준비하는 국민 입장에선 보험이라는 선택지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대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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