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대만 위상 바꾼 ‘차이잉원 8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퇴임 때 지지율 58%, 역대 처음

“내가 집권한 8년 동안 세계는 대만을 제대로 보게 됐다.”

20일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에게 자리를 물려준 ‘대만의 메르켈’ 차이잉원(蔡英文·67) 전 총통은 전날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퇴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만은 세계의 중대 변화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면서 “민주, 자유, 평화를 수호할 때 국제 사회에서 굳건히 설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대만 매체들은 이날 퇴임한 차이잉원에 대해 ‘국제 무대에서 대만 위상을 바꾼 지도자’로 평가하고 있다. 과반 지지율(58%)로 퇴임한 최초의 대만 총통으로도 꼽힌다.

차이잉원은 2016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의 주리룬 후보를 꺾고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에 오른 인물. 2020년 연임에 성공해 지난 8년 동안 대만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그의 임기 내 최대 성과로 흔히 2018년 이후 치열해진 미·중 경쟁 속에서 미국과 적극 협력해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위상을 높인 것을 꼽는다.

그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 등 대만 반도체 군단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 밀착, 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조 바이든 행정부에 걸쳐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미 의회에서 초당적 합의로 ‘대만 지지’를 끌어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위기 속에서도 대만 경제 규모를 키운 것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최근 10년간 대만의 수출 증가율은 평균 4.6%로 전 세계 평균 수치(3.0%)보다 높았다.

중국에 대해서는 줄곧 강경한 입장을 고수, 전임 마잉주 총통의 친중 기조를 뒤집고 “대만은 이미 독립된 국가”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무력 통일’에 대비해 국방력도 강화했다. 군 의무 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했고, 대만 최초의 국산 잠수함 등을 개발하고 미국 무기 도입에도 박차를 가했다.

다만 차이잉원의 미국 일변도 정책으로 양안 대화가 단절되고 대만해협의 위기가 고조됐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에 등 돌리면서 대만 동맹국은 12국으로 줄었다. 탈원전 정책도 비난받는다. 2025년까지 원자로 6기를 모두 폐기하는 ‘비핵가원(非核家園)’ 계획을 추진했지만, 2018~2022년 세 차례 대규모 정전이 발생, 전력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이벌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