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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조' 기업부채 부동산에 쏠려... '갚을 능력'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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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활황·코로나·투자 확대로
기업 부채 6년간 1036조 급증
한계기업 늘고 '부동산 쏠림' 심화
한국일보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인근 신호등에 주황색 불이 들어와 있다. 박시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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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 부채가 최근 6년간 연평균 8%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부문에 집중된 데다, 한계기업 비중이 느는 등 ‘부채의 질’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우리나라 기업 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업 부채는 2,734조 원으로 2018년 이후 1,036조 원이나 뛰었다. 연간 증가율로 보면 2010~2017년 평균 4.3% 수준에서 2018~2023년 8.3%로 증가세가 가팔라져 이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4%)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그 결과 2017년 말 92.5% 수준이던 명목 GDP 대비 기업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22.3%까지 치솟았다.

한은이 꼽은 기업부채 증가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①201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투자와 개발 수요가 확대되며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업 대출이 급격히 늘었다. 2018~2023년 기업 부채 증가분의 29%(301조 원)가 부동산업 관련일 정도다. 명목 GDP 대비 부동산 대출 잔액 비율도 2017년 13.1%에서 2022년 말 24%까지 높아졌다. 유로 지역(14.7%), 호주(12%), 미국(11.3%)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쏠림이 두드러진다.

코로나19 금융 지원 조치도 기업 부채 증가에 일조했다. 실제 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 규모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연간 24조 원 수준이었으나, 2020~2022년 연평균 54조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부동산업과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③일반 기업 부채는 2020년 이후 업황 부진 속 투자를 늘리느라 대기업, 특히 자산 총액 10조 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차입 부채가 연 8.9%씩 뛰었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충 중인 반도체, 석유화학, 2차전지 업종의 부채 증가세가 유독 높았다.

부채의 ‘총량’에 주목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 조달까지 부정적으로 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한은 견해다. 일반 기업의 경우 부채 증가와 자본 확충이 함께 이뤄져 재무지표가 대체로 안정적이라고도 했다. 문제는 고금리 여파 등으로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일반 기업 차입금 중 이자보상비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손익)이 3년 연속 100%를 밑돈 한계기업 비중은 2021년 14.7%에서 2022년 17.1%로 오름세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동산 부문에서 기업 부채가 크게 확대된 점도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자원 배분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류창훈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부실 우려가 높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질서 있는 구조조정으로 부동산 부문의 점진적인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 기조 전환 과정에서 금융기관 신용 공급이 부동산 부문에 집중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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