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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헬기 추락한 이란 대통령은…‘테헤란의 도살자’로 불리는 강경보수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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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이을 후임 유력

검사 시절 반정부 단체 수천명 숙청…美 제재 대상 오르기도

헤즈볼라·후티 반군들 지원…우라늄 농축 강화에도 앞장서

지난 4월 이스라엘 본토 사상 첫 공격

2022년 히잡법 반포로 히잡 착용 강화

헤럴드경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19일(현지시간) 오후 추락한 가운데, 라이시 대통령이 사고 직전 동아제르바이잔 주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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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19일(현지시간) 헬기사고로 실종된 에브라힘 라이시(63) 이란 대통령은 성직자이자 법조인 출신의 강경보수 성향 정치인이다. 36년째 재직 중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를 이을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서방과 이스라엘은 검사 시절 숙청 작업을 주도한 그를 ‘테헤란의 도살자’라고 부른다.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 2021년에 이란의 8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는 재임 기간 이란의 대리인들을 후면 지원하고 핵 프로그램을 가속화하는 등 서방에 맞서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확장해왔다.

라이시 대통령은 1960년 12월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성지중 하나인 마슈하드 인근에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0대 때 현재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에게 신학도시 곰에서 신학을 배우고 1979년 이슬람혁명 전 팔레비 왕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이슬람혁명 2년 뒤인 1981년 스무살의 나이로 테헤란 인근 카라즈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경력을 이슬람 사법부 안에서 쌓았다. 이후 그는 테헤란 검찰청장과 검찰총장에 이어 2019년 대법원장에 해당하는 사법부 수장에 올랐다.

라이시 대통령은 검찰 재직 당시 반체제 인사 숙청 작업을 이끌었다. 이란·이라크 전쟁 직후인 1988년 이라크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반정부 단체인 이란인민무자헤딘기구(PMOI) 조직원들을 처형한 이른바 ‘호메이니 학살’에 기소위원으로 참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당시 약 5000명이 사형 집행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해 미국 행정부는 라이시 사법부가 청소년 범죄에 사형을 선고·집행하고 죄수를 고문하는 등 비인간적으로 대한다는 이유로 2019년 그를 제재 목록에 올렸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과 미국이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여러 동시다발적인 위기에 대한 갈등에 직면해 있는 상황을 한층 고조시킨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에서 강경 기조를 유지해 협상을 교착상태에 빠트렸다. 임기 동안에는 우라늄 농축을 강화하고 국제 사찰을 방해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활동을 보였다.

라이시 대통령은 헤즈볼라·후티 반군 같은 단체들을 지원하며 미국 등 서방을 향해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 4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며 전면전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서도 보수 강경 행보로 일관해왔다. 그는 당선된 지 1년 만인 2022년 7월 ‘히잡과 순결 칙령’을 반포하며 히잡 착용을 강화하는 캠페인에 나섰다. 히잡법은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지 4년 후인 1983년 4월 이란의 모든 여성에게 의무화한 법으로 국적과 종교를 불문하고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는 것이 골자다.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에겐 10일에서 2개월 동안 감옥에 수감하고 벌금을 물리고 채찍으로 때릴 수 있다.

이로 인해 히잡법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쿠르드족 변호사인 마흐사 아미니가 지난 2022년 9월 이란 종교경찰에 체포된 뒤 숨을 거두는 사건도 발생했다. 아미니의 급작스러운 사망에 이란 전역에선 그의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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