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받았어도 오랜 기간 고통 인정…위자료 지급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203단독 이서윤 판사는 지난달 5일 5·18 국가 폭력 피해자 A씨가 법원에 낸 60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가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해당 판결은 같은 달 23일 확정됐다.
A씨는 1980년 5월20일 택시를 타고 광주 시내 전남도청 쪽으로 이동하던 중 공수부대원들에게 영장 없이 연행돼 구타를 당했다. 이 구타로 A씨는 머리와 왼팔을 다쳐 24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A씨는 5·18 보상법에 따라 가혹행위에 대한 보상금을 받았지만 정신적 손해와 관련한 배상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5·18 보상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해 ‘정신적 손해’에 대해 추가로 배상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A씨는 국가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지난해 11월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 헌정질서 파괴 범죄가 자행되는 과정에서 국가 공무원이 공권력을 남용해 A씨를 무차별적으로 구타하고 연행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그로 인해 다친 A씨가 견디기 힘든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국가는 정신적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국가 측은 재판에서 5·18 보상법에 따라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된 ‘기타지원금’ 항목에 정신적 손해 배상금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불법행위가 일어난 때로부터 약 44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 배상이 지연됐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 이후 법원은 정신적 손해 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광주지법은 지난 1월 고 정의행(본명 정철) 호남인권사랑방 의장의 자녀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정신적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각 28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윤 대통령의 마음 속 키워드는? 퀴즈로 맞혀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