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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사설] 해외직구 규제도 오락가락, 정책 신뢰 허무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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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직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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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일 해외 직접구입(직구) 금지 논란과 관련해 “국내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런 방안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도 했다. 지난 16일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발표된 이후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책 사안을 면밀한 검토 없이 불쑥 던졌다가 논란이 일면 허겁지겁 주워 담는 오락가락 행보가 현 정부의 고질병이 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위해성 조사를 집중적으로 해서 알려드린다는 것이 정부의 확실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관세청 등이 80개 품목을 대상으로 위해성 조사를 벌여 문제가 발견된 제품에 한해서만 해외 직구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안전인증 없는 해외 직구 원천 금지’ 방침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다. 정부는 1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위해 우려가 큰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서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으면 해외 직구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위해 제품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정부의 책무임이 틀림없다. 최근 관세청과 서울시 등의 안전성 검사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파는 일부 어린이용 제품과 장신구 등에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발암가능물질과 환경호르몬(내분비계 교란물질)이 검출돼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안전성 강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위해성 검사를 확대하고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민 불편이나 규제의 실효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닥치고 금지’와 같은 설익은 대책을 내놓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국민 삶과 밀접한 정책을 졸속 추진하거나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일이 잦아 비판을 받아왔다. 만 5살 초등학교 입학, 주식 공매도 금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유예 등이 그 예다.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아마추어 행정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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