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 작전을 위해 F-16에 탄 소령(왼쪽). 이스라엘 방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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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전쟁을 오래 끌 여력이 없다고 알려졌다. 인구가 900만명이라 생산인구를 전쟁에 계속 붙잡아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전쟁에 동원된 이스라엘 예비군은 36만명이다.
하지만, 전쟁 중임에도 이스라엘 경제는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2022년 동기보다 19.4% 줄었다. 그러나 올 1분기 GDP는 지난해 동기보다 14.1% 늘었다.
비결은 뭘까.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한 이스라엘 공군 예비역 조종사(소령) 사연을 소개했다. 본업이 변호사인 그는 지난달 13일 오후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가 출격 명령을 받고 바로 집을 나섰다. 14일 새벽까지 이란이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전투기 비행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다는 그는 F-16 전투기를 몰고 방공임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14일 아침 귀가한 뒤 몇 시간 자고 오후 4시쯤 직장에서 업무를 봤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내 눈에서 나에 대한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아내는 전날보다 더 안전해졌다고 느꼈다”며 “사람들이 집에 있어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이게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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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마치면 휴가받아 해외여행까지
그렇다. 비결은 예비군이다.
2023년 10월 12일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 지대의 아이옐렛 키부츠에서 이스라엘 방위권이 소총을 지급하고 있다. AF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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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방위군은 상비군이 16만 9500명이다. 예비군은 46만 5000명이다. 24(여성)~32(남성)개월 복무를 마친 뒤 여성은 34세, 남성은 40~45세까지 예비군으로 연간 55일 훈련을 한다. 게다가 이스라엘 예비군은 현역 때 전쟁과 무력분쟁을 겪어 노련하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인터뷰한 소령의 경우처럼 이스라엘 예비군은 동원되면 계속 전쟁터에 있는 게 아니다.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이런 일화를 소개했다.
" 이스라엘 친구가 있는데, 개인 사업가다. 군에선 헬기 조종사였다고 한다. 이번 하마스 전쟁에 동원됐다. 12시간 복무하면서 헬기를 몰며 가자지구로 병력과 장비를 옮겨 나른다. 그러면 48시간 휴가를 받는다고 한다. 이번에는 장기 휴가를 받아 해외여행까지 간다고 한다. "
이스라엘 예비군은 인구 900만의 이스라엘이 4억 5000만명의 아랍에 맞설 수 있는 기반이다. 이스라엘은 상비군을 많이 둘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전쟁이나 무력분쟁에 재빨리 예비군을 동원해 작전을 벌인 뒤 사태가 끝나면 바로 해제한다.
그래서 이스라엘 예비군은 실전부대다. 정규군과 함께 격전지로 투입된다. 언제라도 전쟁에 나갈 수 있도록 훈련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정홍용 전 소장은 이스라엘 출장을 갔을 때 봤던 예비군 무기고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 구릉 지대에 무기고가 있는데 기갑과 포병 장비가 가득했다. 건제대로 배치됐다. 모든 장비는 당장에라도 끌고 나갈 수 있도록 잘 정비돼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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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의 전력을 갖춘 예비군
정홍용 전 소장이 번역한 『이스라엘의 군사혁신』은 이스라엘 예비군 제도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잘 설명해준다.
이스라엘 방위군 제4 기갑여단의 메르카바 탱크. 이 부대는 예비군 부대다. 이스라엘은 예비군을 현역과 같은 수준으로 무장하고 있다. EPA=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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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1948년 5월 14일 독립을 선언하자마자 아랍의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거의 맨주먹 붉은 피로 아랍을 물리쳤다.
전후가 문제였다. 아랍은 호시탐탐 이스라엘을 노렸다. 그러나 독립전쟁 때 싸웠던 이스라엘 방위군은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이스라엘 방위군은 창군 때부터 예비군 중심의 구조, 즉 현역보다 예비역이 더 많은 군대를 표방했다. 시간제로 근무하는 민병대나 전일제로 복무하는 정규군 모두 인구가 적은 이스라엘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필요한 경우 예비군을 소집해 완전무장한 뒤 전투에 투입하는 이스라엘 방식이 나온 배경이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평시 징집병과 적은 수의 장교단으로 유지한다. 예비군은 일상을 영위하면서 생산과 경제를 담당한다. 이스라엘은 매년 훈련과 교육을 받으며 전투태세를 유지하다 전쟁 사이사이 크고 작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주 소집됐다.
그래서 이스라엘 예비군의 실력은 최강이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정복할 때,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서 수에즈 운하를 건널 때와 골란 고원에서 반격할 때 선봉은 이스라엘 예비군이 섰다. 이스라엘이 패망 직전까지 갔던 제4차 중동전쟁에서 간신히 이길 수 있었던 배경은 예비군이 재빨리 전선의 구멍을 메워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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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안 따지고 따라하기는 무리
물론 단점도 있다. 예비군 병력을 동원하려면 전쟁이나 무력분쟁에 대한 사전 경고가 중요하다. 이스라엘은 모사드라는 최고의 정보기관이 있지만, 모사드도 1973년 10월 6일 제4차 중동전쟁이나 이번 하마스 전쟁을 예측하지 못했다.
2011년 훈련에 동원된 이스라엘 예비군. 이스라엘 방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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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부대를 만들려면 무기ㆍ차량ㆍ통신ㆍ장비를 유지보수하고 주기적으로 새로운 장비로 교체해야 한다. 정예 예비군엔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정홍용 전 소장은 “이스라엘의 군사 혁신 중 특정 사례에 매몰돼 사례 중심의 교훈을 도출하고 이를 본보기로 삼지 말아야 한다”며 “이스라엘과 한국의 사회적 배경과 의식 구조,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한국화하는 과정을 거친 뒤 적용해야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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