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1 (월)

‘피프티 피프티 사태’와 닮아가는 ‘뉴진스 사태’… 전망은 [뉴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해당 모습이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전까지 경영권 다툼으로 진행됐던 하이브와 민 대표 간 분쟁에 어도어 소속 가수인 뉴진스 멤버들까지 분쟁에 적극 참여했기 때문이다.

18일 가요계에 따르면 다니엘, 민지, 하니, 해린, 혜인 다섯 멤버는 민 대표가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이 열린 전날 재판부에 탄원서(진정서)를 냈다.

멤버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적인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원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멤버들이 데뷔 이래 민 대표를 ‘엄마’라 따르며 강한 유대감을 보여왔고 이번 사태에 이들의 부모가 민 대표 편에 섰다는 점에서 멤버들도 민 대표 측에 힘을 실은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이들의 행동에 대해 업계는 물론이고 일부 팬들까지 우려하는 모습일 보이고 있다.

경영권 갈등으로 촉발된 분쟁에 가수들을 앞세우는 것은 일종의 ‘금기’이기 때문이다.

가수로서 무대 위에서 모습으로만 평가받아야 하는 이들이 자칫 경영권 분쟁 중심에 들어가면서 가수로서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멤버 중 해린과 혜인은 각각 2006, 2008년생으로, 올해 18살과 17살. 미성년자인 이들이 어른들의 싸움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가요계는 물론이고 대중들까지 작년에 발생한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떠올리고 있다.

세계일보

피프티 피프티 멤버인 키나(맨 오른쪽)와 전 멤버인 아란, 새나, 시오(왼쪽부터). 어트랙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피프티 피프티 사태’란?

어트랙트(대표 전홍준) 소속 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해 3월 데뷔곡 큐피드가 미국 빌보드 17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차트에서 눈부신 성과 기록했다.

2022년 11월 데뷔해 4달만의 기록으로, 막 데뷔한 신인 그룹, 특히 중소기획사 소속으로는 이례적인 흥행이었다.

그러나 피프티 피프티 멤버 4인은 소속사 어트랙트에 대해 정산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서울중앙지법) 신청하고 같은해 8월엔 전홍준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프로듀싱, A&R(음반 및 아티스트 기획), 마케팅 등을 맡았던 용역사인 더기버스(대표 안성일)가 멤버들에 대해 템퍼링(Tempering·스포츠 선수 등이 기존 계약을 끝나기 전에 다른 기획사 또는 단체와 접촉하는 것)하고, 부모들과 결탁해 멤버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들은 소속사에서 해야 하는 ‘피프티 피프티’에 대한 한글 상표출원까지 강행했다.

여기에 피프티 피프티를 알린 노래인 ‘큐피드(Cupid)’에 대한 저작권이 더기버스에 있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더욱 커졌다.

더불어 어트랙트는 지난해 6월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을 빼가려는 외부 세력(워너뮤직코리아)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어트랙트는 같은달 27일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 외 3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세계일보

사진=어트랙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후 법원은 8월 28일 피프티 피프티가 어트랙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멤버들은 어트랙트 소속으로 그대로 남게 된 것인데, 멤버들은 법원의 이런 결정에 불복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해 항고했다.

그런 가운데 피프피 피프티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으며, 10월 멤버 키나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한 항고 취하서를 제출하며 어트랙트로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어트랙트와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웠고, 어트랙트는 같은달 키나를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또한 키나를 중심으로 4인조의 피프티 피프티 2기를 선보일 계획도 전했다.

그러면서 어트랙트는 멤버 3명과 그들의 부모에 대해 공동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걸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로 인해 피프티 피프티는 물론이고 소속사인 어트랙트까지 막대한 피해를 봐야 했다.

특히 어트랙트와 더기버스간 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해외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었음에도 피프티 피프티는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슷한 모습의 ‘뉴진스 사태’

당초 시작은 민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탈취 의혹으로 시작된 하이브와 민 대표의 분쟁도 이와 비슷한 구도로 전개 중이다.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시절 민 대표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2021년 브랜드 총괄(CBO)로 영입한 뒤, 이후 본인 요청에 따라 신인 걸그룹 데뷔를 맡았다.

하이브는 161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별도의 레이블(기획사)를 설립하게 하는 등 걸그룹 데뷔에 적극 지원했다.

특히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에서 걸그룹이 나온다는 소식에 뉴진스는 데뷔하기도 전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후 2022년 8월 데뷔한 뉴진스는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들의 성공에 대해 민 대표의 브랜딩 능력이 뛰어난 것은 맞지만, BTS를 비롯한 하이브의 명성과 사회적 기반(인프라) 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일보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 민희진 어도어 대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하이브는 지난 4월 민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찬탈을 시도 중이라는 첩보를 듣고 어도어에 대한 긴급 감사에 들어갔다.

하이브에 따르면 민 대표는 1000억원이 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27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측근과 모의해 어도어의 경영권을 가져가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 대표는 아티스트 전속분쟁 일으킬 명분(표절, 차별대우 등)을 축적하고 부모 앞세워(이메일 등) 여론을 호도했다고 하이브는 보고 있다.

여기에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투자자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하이브 3대 주주인 두나무(지분 5.6%), 협력사 네이버의 고위층과 접촉한 사실도 지난 17일 공개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진 가운데 뉴진스 멤버들이 법원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이, 하이브가 주장처럼 특정인이 사익 추구를 위해 아티스트·부모를 회유한데 이어 외부 투자자를 개입시켰다는 점 등에서 하이브와 민 대표간 분쟁은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일보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향후 결과는

하이브와 민 대표 간 분쟁이 어떤 식으로 결판날지는 법원에 달렸다.

재판부는 24일까지 양측의 추가 자료를 제출받은 뒤 3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 앞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기각된다면 하이브는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를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민 대표는 어도어를 퇴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뉴진스 부모들이 민 대표를 지지하는데 이어 멤버들이 탄원서까지 낸 점을 감안하면 뉴진스도 민 대표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하이브와 뉴진스 관계는 ‘피프티 피프티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법원이 인용할 경우 민 대표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지게 된다.

경영권 탈취를 비롯한 민 대표에 대한 각종 의혹이 무마되며, 하이브는 민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무리한 시도를 한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 대표의 행보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

민 대표는 어도어 대표로 공고하게 계속 자리를 유지하거나 뉴진스와 함께 하이브를 나온 뒤 하이브 측에 소송을 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와 민 대표 갈등에서 법원의 판단이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