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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더 강해질 美 우선주의에 ‘트럼프 눈치’ 보는 국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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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집권 앞두고 정책 방향 촉각

트럼프, 무역 보복 천명… 각국·기업 긴장

TSMC, 中에 “AI칩 주문 안 받겠다” 통보

대만 방송 ‘중범죄자’ 지칭 영상 삭제도

이·하마스 중재 카타르 “휴전협상 중단”

이란 “美, 최대압박 정책 실패… 재고해야”

EU 정상 논의… 美 LNG 수입 확대 제안

11월 열릴 APEC·G20서도 대응 관심사로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2기 집권을 앞두고 각국과 글로벌 기업 등 국제사회가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역 보복 등을 천명한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 파악에 전전긍긍하며 차기 정권의 심기를 건드릴까 노심초사하는 모습도 보인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11일부터 중국 고객사들에 인공지능(AI) 가속기나 그래픽처리장치(GPU) 가동에 사용되는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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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을 앞두고 이뤄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반도체 기업은 매우 부유하다”며 “그들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지금 대만에 있다”고 TSMC를 겨낭한 바 있다. TSMC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두고 FT에 “트럼프 당선인을 위한 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량한 사람이고 미국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첨단 반도체에 대해 중국 수출 제한을 부과하는 내용의 공문을 TSMC에 보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대만 공영방송이 운영하는 영문 채널이 트럼프 당선인을 ‘중범죄자’로 지칭해 대만에서 논란이 됐다. 10일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 공영방송 공공전시문화사업기금회(PTS)가 운영하는 영문 채널 ‘타이완 플러스’는 지난 6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대선 소식을 보도하면서 “미국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felon) 사이에서 선택 중이고, 중범죄자 쪽으로 기울어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기자의 언급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이 영상은 곧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서 삭제됐다.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은 이번 보도가 대만·미국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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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의 한 건물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져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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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미국의 중동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핵심 중재국인 카타르마저 휴전협상 중재 노력을 사실상 포기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9일 성명을 내고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중재하려는 카타르의 노력은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시 다시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대 압박’ 정책은 이미 트럼프 1기에서 실패했다며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2017년 들어선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겨냥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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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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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정상들은 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모여 트럼프 2기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방안을 트럼프 당선인에게 제안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산 LNG 수입량을 늘리면서 러시아산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미국과 EU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게 제안 취지다.

이달 중순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류 강화 가능성에 대한 주요국 공동 대응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 미 대선 직후에도 리마에서 에이펙 정상회의가 진행됐는데, 이때 회원국들은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공동성명을 낸 바 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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