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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목)

"서울엔 가지만 빵은 팔지 않겠다"…'성심당'이 대신 보여준 것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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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플레이스

“거기 가봤어?” 요즘 공간은 브랜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장소를 넘어 브랜드를 설명하고, 태도와 세계관을 녹여내니까요. 온라인 홍수 시대에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은 좋은 마케팅 도구가 되기도 하죠. 비크닉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합니다. 화제의 공간을 만든 기획의 디테일을 들여다봅니다.

‘서울은 가지만 빵을 팔지 않겠다.’

지난 2일 베이커리 성심당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은 큰 화제가 됐다. 대전 4곳 지점에서만 빵을 판매한다는 철칙을 지켜온 성심당이 서울 팝업 행사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것. 하지만 성심당은 ‘전시만 진행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소문을 정정하는 기사까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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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성심당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공지. 사진 성심당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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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의 ‘상경’으로 때아닌 주목을 받은 이 행사는 17일부터 6월 2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 ‘로컬 크리에이티브 2024: 더 넥스트 커뮤니티’다. 로컬을 주제로 한 국내 첫 대규모 전시로, 성심당을 비롯해 태극당·보난자·모모스커피·로우키 등 50여개 식음 브랜드가 참여 중이다. 그런데 빵 없는 빵집, 커피 없는 카페의 전시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취지일까. 17일 직접 현장을 찾아가 봤다.



‘로컬’ 전시에 지역 식음료 브랜드 등 50여 곳 참가



전시장 입구에 펼쳐진 대형 현수막에는 에비앙∙벤앤제리 등 대형 브랜드의 이름이 줄지어 쓰여 있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 역시 지역의 작은 상점에서 시작했다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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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이 꾸민 전시 공간. 사진 서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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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많은 관람객이 몰린 성심당 자리에는 정말 빵 대신 ‘작품’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거기엔 수십 년 전 가게 문을 열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에피소드가 빼곡히 적혀있고, 성심당의 경영 철학 문구가 자유분방하게 흩어져있었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

이외에도 커피·빵·술 등 세션별로 나뉜 전시장 곳곳에선 동네에서 마주할 법한 평범한 하루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참여 브랜드의 선정 기준 자체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으면서 지역성을 가진 곳”이라는 주최 측의 설명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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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당이 꾸민 전시 공간. 사진 서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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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명물 커피인 모모스커피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패션·도시재생 분야 창작자들과 협업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태극당은 약 50년 전 받은 상패 등 태극당의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물건들로 공간을 꾸몄다. 전시장 2층에선 지방소멸 문제를 도전적으로 해결하는 신생 로컬 브랜드도 만날 수 있다. 자연환경을 새로운 관광 콘텐트로 탄생시킨 강원도 양양의 서피비치부터 ‘마계인천’을 밈으로 활용해 축제를 연 인천 지역 브랜드 ‘마계인천’의 속마음도 엿볼 수 있다.



“튀소에 담긴 브랜드의 생각과 철학을 알아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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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성심당에서 파는 튀김소보로.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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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팝업이 아닌 전시로 봐 주면 좋겠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도시 콘텐트 기업 ‘어반플레이’의 홍주석 대표의 당부다. 그러면서 그는 “맛있는 튀김소보로 한 개에 담긴 브랜드의 생각과 철학을 이제는 한 번쯤 짚어볼 시점이 왔다”는 말로 행사 취지를 밝혔다. 단순 소비를 넘어서 브랜드가 상품에 담은 가치를 알아보자는 것. 그래서 기간 중 전시뿐 아니라 매주 금∙토∙일요일에 브랜드의 생각을 엿보는 콘퍼런스∙토크콘서트∙다큐멘터리 상영회 등도 마련했다. 성심당의 경우 ‘빵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나누는 브랜드 토크가 열릴 예정이다(6월 1일).

전시 주제인 ‘넥스트 커뮤니티’에도 의미가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개발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는 로컬에서 만드는 경험 공동체와 개성 있는 콘텐트를 구축하자는 방향성이 담겨 있다. 첫 행사장이 문화역서울284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수많은 물자가 교류된 경성의 중앙역을 다양한 지역의 브랜드가 모인 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킨 공간이기 때문이다.



로컬, 촌스러움 벗고 힙한 콘텐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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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기반으로 큐레이션 콘텐트를 만드는 로컬 큐레이션의 방. 사진 서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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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는 오픈 전 이미 티켓이 1만장 넘게 팔렸다. 참여자들 역시 최근 지역에 대한 높은 관심을 체감한다고 했다. 박진우 성수교과서 로컬 큐레이터는 “코로나 이후 집 근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동네에 대한 매력을 발견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외국인들도 ‘성수’라는 동네 경험을 한국 여행 목적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이기훈 듁스커피 대표도 “과거엔 로컬이 촌스러운 이미지를 가졌는데 젊은 세대가 힙한 콘텐트로 소비하면서 로컬의 가치를 재발견했다”고 전했다.

어반플레이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지방 순회 전시와 팝업 스토어 운영도 계획 중이다. 홍 대표는 “성심당이 대전의 자부심이 된 것처럼 지역마다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로컬 브랜드들의 성장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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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빈 기자 seo.hye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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