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서 박금희·류동운 열사 조명…미성년자도 33명 추정
5·18 학생 희생자들 |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박철홍 기자 = "병원에서 헌혈하고 돌아오는 길 '탕탕탕'…붉은 길바닥에 고꾸라져 열일곱 이승을 마쳤다."
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1980년 5월 부상자를 위해 헌혈하고 귀가하던 중 총격을 받아 숨진 박금희 열사 등 어린 나이에 숨진 학생 열사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5·18 관련 10~20대 학생 희생자는 42명으로, 이 중 10대 미성년 학생 열사는 33명 20대는 9명이다.
첫 학생 희생자는 동신중 3학년 박기현 학생으로 추정되는데, 1980년 5월 20일 광주 동구 동명동 동문 다리 인근에서 '데모꾼 연락병'으로 지목돼 계엄군에 끌려가 전남대병원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아직 채 성장하지 못한 그의 몸 곳곳에는 진압봉 등으로 구타당해 생긴 타박상의 흔적이 무수히 남아있었다.
시민들을 겨냥한 계엄군의 집중사격이 이뤄진 1980년 5월 21일에는 무등중 3학년 김완봉, 전남여상(당시 춘태여상) 3학년 박금희, 숭의중 2학년 박창권, 대동고 3학년 전영진, 동성고(당시 광주상고) 2학년 이성귀, 송원고 2학년 김기운 등 학생 6명이 총상으로 희생됐다.
박금희 학생은 부상자가 쏟아진다는 소식에 지나가는 차를 잡아타고 기독병원에서 헌혈하고 나오던 중 총에 맞았다.
그녀의 사연은 고은 시인의 만인보에 '기독교병원 헌혈하고 돌아오는 길 / 탕 탕 탕 / 헬기에서 쏜 / 총 맞아 / 거리에 피 다 쏟아버렸다 / (…) / 붉은 길바닥 고꾸라져 / 열일곱의 이승 마쳤다'고 기록됐다.
송원고 2학년 김기운 학생은 무명열사 묘역에 21년간 외롭게 묻혀 있다가 2001년에야 유전자 감식을 통해 묘비명에 자신의 이름을 새길 수 있었다.
5월 22일 공영버스터미널 앞에서는 숭의고 1학년 양창근 학생이, 5월 23일 지원동 주남마을에서는 광주일고 부설 방송통신고 3학년 황호걸 송원여상 3학년 박현숙 학생이 숨졌다.
사진 한 장 없던 5·18 희생자 41년 만에 얼굴 찾아 |
구한말 의병대장 황병학의 손자인 황군은 최후의 항전이 있었던 전남도청 지하실에서 시신에 묻은 피와 오물을 닦다가 관이 부족해 화순으로 구하러 가던 중 매복해 있던 군인들의 집중 사격을 받았다.
5월 24일에는 남구 진월동 저수지에서 물놀이하던 전남중 1학년 방광범 학생이 사망했고, 효덕초 4학년 전재수 학생은 동산에서 놀다 벗겨진 고무신을 주우러 돌아섰다가 총에 맞았다.
살레시오고 2학년 김평용 학생은 24일 남구 송암동에서 사망해 암매장됐다가 부모와 교사가 겨우 시신을 찾아냈고, 조대부중 3학년 김부열 학생은 지원동 부엉산에서 사망해 시신이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전남도청 최후 항전이 이뤄진 27일에도 학생 희생자는 쏟아졌다.
서광여중 3학년 김명숙은 친구 집에 가다가 전남대 용봉천 주변에서 골반에 총을 맞아 숨졌다.
동성고 1학년 문재학·안종필 학생은 전남도청을 지키다 사망했는데 안 학생의 교복 주머니에는 동전 500원이 유품으로 나왔다.
조대부고 3학년 박성용 학생은 자취하는 친구가 걱정돼 26일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5·18 당시 실종된 5~19세 유아, 학생, 청소년들도 20여명 있다.
양동초 1학년 이창현(당시 7세) 군은 5월 19일 양동시장 인근 집에서 나선 뒤 행방불명됐고, 올해 기념식을 앞두고 양동초에서 명예졸업장이 수여됐다.
5·18 학생열사를 기리기 위해 서광중, 동신중, 무등중, 숭의중, 전남중, 조대부중, 대동고, 동성고, 살레시오고, 송원여상, 송원고, 숭의고, 조대부고 등은 해마다 선배들을 기리는 추모사업을 펼친다.
미성년 학생열사 외에도 이번 기념식에서 조명된 류동운(한신대 2학년) 열사 등 대학생은 9명가량으로 추정됐다.
눈물 흘리는 5·18 행방불명자 양동초교 이창현 군 어머니 |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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