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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 (목)

의대증원, 사법부는 절차적 문제 없다고 판단했지만...의료공백 장기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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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라포르시안

한덕수 국무총리가 5월 16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직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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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법원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절차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부의 증원 결정에 따른 대학별 학칙 개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 이후에도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는 요원할 것으로 보여 의료공백 사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이 제기한 신청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제3자에 불과하다며 각하했다. 다만 의대 재학생들은 원고 적격은 있다고 판단했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 결정을 했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함에 따라 의대 증원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의대생 등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16일 서울고법의 기각·각하 결정이 나온 직후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대법원은 기본권 보호를 책무로 하는 최고법원이고, 정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최종적인 심사권을 가지므로 재항고 사건을 5월 31일 이전에 심리, 확정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의료계가 즉시 재항고를 하더라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5월 말까지 증원된 의대 전형계획을 최종 승인하기 전까지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재항고를 하더라도 의료계가 얻을 실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고법의 판결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대학별 학칙 개정과 모집인원 확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에 따른 대학별 학칙 개정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대학에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 사항으로, 5월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고 각 대학별 모집인원을 발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로 의대 증원 절차 관련한 법적 논란은 어느정도 해소됐지만 의료공백 사태는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가장 큰 문제는 법원 판결 이후 집단사직을 한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점이다. 법원에서 의대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을 경우 이를 핑계로 병원 복귀 압박이 커질 수 있는데, 기각 되면서 오히려 병원 복귀를 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든 달라질 것은 없다. (의대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고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의비)는 지난 15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법원이 증원 효력정지를 인용할 경우 결정을 존중해 진료의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각하나 기각이 될 경우 장기화될 비상 진료시스템에서의 근무시간 재조정도 심도 있게 상의했다"고 밝혔다.

전의비는 법원에서 각하 또는 기각으로 결정하면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장기간 지속되는 비상진료시스템 관련 근무 시간 재조정 방안으로 '주 1회 휴진'이나 '1주일간 휴진'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판결문 분석 후 내일(17일) 오전 교수님들과 같이 성명서로 낼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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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법원의 판단이 나온 이후 환자단체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조속한 의료정상화에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입장을 밝혀 왔듯이 환자와 국민들은 이번 의료사태로 인해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다. 환자들은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조속한 의료 정상화를 바랄 뿐"이라며 "석 달간의 의료 공백 장기화 사태 속에서 어렵게 치료받고 있는 중증․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이번 법원 판결을 계기로 의료 정상화 조치가 빠르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판결로 사실상 확정된 의대 증원이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을 조성하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현재의 의료인력은 물론 앞으로 배출될 의료인력이 필수 중증 의료, 지역 의료, 공공 의료에 적절히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같은날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이제 제발 정부와 의료계는 강대강 대치를 멈추길 촉구한다. 지금의 의료공백사태는 옳고 그릇됨을 논하는 주제가 아니라 단지 대한민국에서 환자만 죽음의 고통속에 놓여 있다는 것이 핵심 주제"라며 "이번 사태가 사법부의 판단으로 정해야만 할만큼 두 기관에게는 첨예하고 중대한 사항일지 모르지만 우리 환자들에게는 단지 고통만 가중되는 시간과 절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의료 현장을 떠나 있는 전공의 의대 교수들은 즉각 의료현장으로 복귀하는 것만이 그동안 의료인들이 행동으로 인해 의료공백으로 환자와 의료인과의 발생한 깊은 불신을 회복하는데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 생각한다"며 "의료계는 의료현장을 즉시 복귀하고 정부는 의료공백으로 발생한 환자의 치료권에 대한 대책을 의료계와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과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의료현장의 노동자들도 법원 판결로 의대 증원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가 이뤄지기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내고 "의대 정원 확대는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살리고, 국민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며, 절대 다수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라며 "이번 법원의 판결이 조속한 진료 정상화의 전환점이 되고, 올바른 의료개혁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판결을 계기로 전공의와 의대교수, 의대생은 더 이상 의대 증원에 딴지를 걸지 말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에 협력해야 한다"며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를 무산시키기 위한 진료거부와 휴진, 집단사직 등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올바른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정부는 의사들과 의사단체들을 악마화하거나 굴복의 대상으로 압박하지 말고 의료개혁의 동반자로 존중해야 하며,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올바른 의료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진솔한 대화와 협상 국면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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