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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非明이 쏘아올린 ‘김경수 복권론’...일시 귀국 앞두고 野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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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사이드]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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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171석을 확보하면서 정치권에선 “야권 대선 구도는 이재명 독주 체제”라는 말이 나온다. 현시점에서 이 대표에게 맞설 야권의 대선 대항마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친문 핵심으로 꼽혔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역할론을 거론하는 움직임이 야권에서 일고 있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김 전 지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5월 23일) 참석을 위해 오는 19일 일시 귀국하면서다. 김 전 지사가 정치 재개에 나설 경우 22대 총선에서 대거 낙천·낙선한 친문계가 그를 구심점 삼아 이 대표에게 맞서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서 16일 김경수 복권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박지원 당선자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지사에 대해 “복권(復權)을 해줘야 한다. 저는 해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자기 장모는 가석방하고 훌륭한 야당 지도자는 복권을 안 해서 정치를 못 하게 묶어 놓으면 대통령도 안 좋다”며 “김 전 지사가 덕목을 갖춘 지도자인 것만은 사실인데 현재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의)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친문계 고민정 의원도 김 전 지사 역할론에 대해 “정치인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불려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역할을 해야 될 때가 되면 해야 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대통령의 특별 권한이기 때문에 짐작하기 어렵지만 저는 여전히 (김 전 지사의) 사면·복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복권이 안 되면 뭔가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비서관을 지내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려 왔다.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꼽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경남지사에 당선되며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이 확정되면서 정치를 떠났고, 복역 중이던 2022년 12월 특별 사면으로 석방됐다. 하지만 복권은 되지 않아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없다. 복권되지 않으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원 당선자가 ‘김경수 복권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을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박 당선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 등을 지내는 등 야권의 책략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야권 관계자는 “박 당선자가 이 시점에 김 전 지사 복권 필요성을 꺼낸 것은 단순히 희망 사항만을 말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박 당선자가 그간 있었던 모종의 물밑 흐름을 읽고 김 전 지사 복권을 언급하고 나온 것 아니냐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한때 김 전 지사의 복권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엔 성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여당의 4·10 총선 패배로 야당과의 협치를 모색하는 움직임과 맞물려 복권 조치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이 총선 이후 대통령 비서실장에 친문계 출신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현재 친문계의 한 축을 차지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1·2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돼 대법원 상고심 재판을 받고 있는 점도 김 전 지사 역할론을 키우고 있다. 조 대표가 만약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면 친문·비명 진영에서 김 전 지사를 구심점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광복절이나 연말 특사 등 올해에도 복권 기회는 여러 번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김 전 지사의 정치 재개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최근 이재명 대표와 취임 후 처음으로 양자 회담을 하는 등 대화의 문을 연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복권해줄 경우, 자칫 야권의 차기 대선 경쟁 구도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심을 이 대표 측으로부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친명 진영도 김 전 지사 복권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 대표는 ‘친노·친문계의 적자(嫡子)’는 아니다”라며 “그런 점에서 김 전 지사가 친문 진영의 구심점으로 등장하는 것은 신경 쓰이는 일”이라고 했다. 22대 총선에서 대거 낙천·낙선해 원외(院外)가 될 주요 친문 인사들은 포럼 등을 조직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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