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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中 ‘태양광 봉쇄’ 전면전 나선 바이든…각종 추가 ‘관세 폭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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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태양광 전지 관세 대폭 인상 발표 이어

양면형 태양광 패널 등 관세 면제 폐지

‘대중 압박’ 수위 연일 높여...노동자 표심 구애

조선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19년 6월 4일 뉴햄프셔주의 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현장에서 태양광 패널 옆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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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며 광범위한 관세 인상 조치를 쏟아내고 있는 미국이 16일 중국산(産) 태양광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안을 발표했다. 중국이 수출하는 전기차·배터리 및 태양광 전지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한 지 이틀 만에 나온 대중(對中) 추가 강경 조치다. 중국산 저가 제품 범람으로 자국 태양광 생태계가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한 미 정부가 중국 태양광 제품의 수입을 사실상 봉쇄하기 위한 전면전에 나선 셈이다.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의 주요 경합주(州)에 특히 많은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을 줄이려는 조치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 세계 양면형 태양광 패널(패널 양면에서 전력 생산)에 대한 관세 면제(유예)를 끝낸다고 발표했다.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 온 특혜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면세 폐지는 중국 태양광 제품의 ‘우회로’로 지목됐던 동남아 4국(베트남·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이 수출하는 패널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일부 언론을 대상으로 한 사전 브리핑에서 “중국의 태양광 패널 과잉 생산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태양광 공급망 체계를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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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진경


미국은 수입 태양광 패널에 관세 14.25%를 부과하고 있지만 대형 전력 사업에 자주 사용되는 양면형 패널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해 왔다. 태양광 패널에 대해 2018년 30% 관세(이후 단계적으로 인하)를 부과하며 양면형 패널은 면세로 정할 때만 해도 양면형 패널의 점유율이 낮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대형 전력 사업에 사용되는 양면형 패널 수요가 급증했고, 미국으로 수입되는 태양광 패널의 98%를 양면형이 차지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특히 중국산 저가 양면형 패널이 전 세계에 과잉 공급되며 가격이 폭락해 미국 업체는 경쟁력을 잃은 상황이었다. 백악관은 “미국 시장이 과포화 상태가 되지 않도록 수입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불공정 관행에 대해선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면세 폐지의 취지를 밝혔다.

미국은 아울러 지난 14일 중국산 태양광 전지에 대한 관세 인상(25→50%)의 후속 조치로 베트남·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4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태양광 설비에 대한 관세 유예를 6월 6일 자로 종료키로 했다. 태양광 설비의 핵심 부품인 모듈(다수의 전지를 연결해 전력을 출력하는 장치)의 약 75%는 이 국가들에서 수입되는데, 대부분이 중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우회 수출한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관세 우회로’를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6월 친환경 태양광 산업 확대가 우선이라고 보고, 저가 동남아산 태양광 모듈에 대한 관세 부과를 2년 더 유예하기로 했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5일 사전 브리핑에서 “지난 2년간 미국의 태양광 설비 제조·보급 체계는 급격히 성장했다”며 내달 종료되는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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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큐셀 카터스빌 공장 전경 /한화큐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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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한편 관세 유예 종료를 대비해 미리 저가의 중국산 태양광 설비를 수입하는 ‘사재기’를 방지하고자, 수입된 태양광 패널을 180일 내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백악관은 “당국이 일일이 패널의 설치 여부를 확인·단속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대선을 6개월 앞두고 미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하는 고강도 대중 규제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백악관은 보도 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이 공정하다면 미국의 근로자와 제조업체는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추가 관세 조치로) 미국을 강하게 하고, 미국의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도 자료 곳곳에 ‘노동자 보호’ ‘산업 역량 강화’ 등의 표현을 넣어 이번 대책이 미국의 일자리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백악관은 대중 관세 부과 조치와 함께 미국 내에서 태양광을 생산하는 기업들에 10%의 추가 세금 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미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한화큐셀 등 국내 기업엔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월 한화큐셀과 미국 내 공장이 있는 태양광 기업 7곳은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양면형 패널의 수입이 급증해 시장 여건이 부정적”이라며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 면제를 폐지해 달라고 청원했었다.

미국발(發) 연쇄 관세 부과에 중국이 보복 관세 및 수출입 제한으로 대응할 방침을 밝히면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시작된 ‘무역 전쟁’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 정부는 앞서 14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의 네 배 수준인 100%로 올리는 등의 광범위한 대중 관세 부과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산이 많은 레거시(구형) 반도체 및 태양광 전지에 대한 관세는 25%에서 50%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잇따른 고율 관세 발표에 중국은 “미국의 탄압이자 횡포”라며 “즉각 추가 관세를 취소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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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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