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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단독] 공수처장 후보자 또 ‘편법’ 의혹… 오동운, 의뢰인 세금까지 대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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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이 내야할 등록면허세, 자기가 납부
법원행정처 "예규 정비하겠다" 잘못 인정
한국일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가 28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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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가 변호사로 일하면서 의뢰인들의 부동산 관련 세금을 여러 차례 대신 납부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명의자가 직접 내야 하는 세금이라 위법 소지가 있고, 허술한 시스템을 파고든 정황도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자는 대납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의뢰인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6일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오 후보자는 2022년부터 공수처장 후보자에 지명되기 직전까지 법무법인 금성에서 재직하는 동안 △서울 서초구 아파트 △서울 성동구 아파트 △경기 안양시 아파트 등의 등록면허세(등기 등을 등록하는 경우 부과하는 지방세)를 자기 명의로 납부했다.

본보가 등기를 직접 확인해본 결과, 각 부동산의 소유자는 오 후보자가 아니라 그의 의뢰인들이었다. 지방세법을 보면 등록면허세는 등기 명의자가 직접 내야 한다. 결국 오 후보자가 의뢰인 세금을 대납해준 셈이라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세금 대납은 나중에 등기무효소송 등 법적 분쟁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명의자와 세금 납부자 이름이 달랐음에도, 대납이 가능했던 것은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었다. 오 후보자가 인터넷으로 등록면허세를 냈고, 법원 입장에서는 세금이 들어온 것만 확인하면 됐기 때문에 동일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이 별 말 없이 받았다고는 해도, 판사 시절 민사소송 담당 재판부에서 부동산 관련 재판을 맡은 경험이 있고 다년간 변호사 생활을 한 오 후보자가 대납의 부적절함을 몰랐을 리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 들어 변호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오 후보자의 이런 일처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터넷을 통한 등록면허세 납부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만큼, 오 후보자가 지나치게 의뢰인 편의를 봐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부동산 소송을 많이 해본 한 변호사는 "등기 명의자가 자기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라 오 후보자가 세금을 대납한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오 후보자는 세금 대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제가 과거 수임한 사건의 가압류‧가처분 신청과 이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의뢰인이 안정적인 권리관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세금을 납부했다"며 "등기 명의자와 세금 납부자가 다르면 예상하지 못한 사유로 인해 법적 다툼이 발생할 수 있는 건 맞으나, 의뢰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점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세금 대납은 17일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에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등록면허세를 대신 내준 의뢰인이 저나 아내의 친척은 아니고 승소 시 지분을 약속 받지도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구체적 수임 내역은 '의뢰인과의 비밀유지 의무'를 내세워 답변을 피했다. 김승원 의원은 "공수처장 후보자의 기본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인사청문회에서 기초사실부터 하나씩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세법 전문가인 오 후보자는 편법을 활용하는 '법 기술자' 면모를 여러 번 보여준 탓에, 이미 각종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는 절세를 위해 딸에게 편법적 방법으로 부동산을 증여하고, 배우자를 운전기사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판사 시절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낸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대납 논란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등기 명의자와 세금 납부자의 동일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등기를 허가한 잘못을 인정했다. 법원행정처는 김 의원 측에 "등록면허세 납세의무자 확인에 대한 주의사항 등 업무 연락을 시행하고, 납세의무자 확인에 대한 상세내용을 담는 방법으로 등기예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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