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하마스 제거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한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AFPBBNews·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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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N 등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키르야 군사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전쟁 종료 이후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 통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의 기자회견은 이스라엘 TV와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됐다.
갈란트 장관은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통치 능력을 해제해야 한다. 이 목표의 핵심은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행동과 가자지구에 통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만약 (통치) 대안이 없다면 두 가지 부정적인 옵션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통치를 부정적인 옵션 중 하나로 언급했는데,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이 "더 많은 유혈사태와 희생자, 그리고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관은 또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이뤄진 지난해 10월부터 "'비적대적인 팔레스타인 통치 대안'을 수립하는 계획을 추진하려 했지만, 이스라엘 내각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앞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해 민간이든 군대든 지배할 기구를 설립하지 않을 것을 빨리 결정하고, 이를 발표해야 한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다른 통치 대안을 즉시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근처에서 이스라엘 군인들과 대화 중인 요아프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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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의 완전 제거와 함께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치안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줄곧 내세워 왔다.
그러나 우방인 미국 역시 가자 전쟁 종료 후 과도기를 거쳐 현재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하마스 제거 후 가자지구에 '평화유지군'을 창설하는 방안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모로코 등 중동 국가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에 따르면 중동 최대 경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외교관계 회복을 추진하는 상대인 이스라엘과 관계가 다시 악화할 것을 우려해 가자지구 평화유지군 배치 참여를 꺼리고 있다.
외신은 갈란트 장관의 이날 기자회견은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싼 네타냐후 정권 내 분열이 재확인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과 슐로모 카히르 통신부 장관 등은 갈란트 장관의 발언을 지적하며 국방부 장관 교체를 주장했다. 반면 전시내각 소속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갈란트 장관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며 그를 지지했다.
로이터는 "갈란트 장관의 이날 회견은 지난 2023년 3월 사법 개혁을 추진하던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그의 폭탄 경고를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갈란트 장관은 당시 네타냐후 총리의 사업 개혁에 대한 불만이 군사적 결속을 위협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불만을 표출한 갈란트 장관 해임을 발표했지만, 자신을 향한 사퇴 시위가 격해지자 이를 번복하며 한발 물러난 바 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갈란트 장관의 기자회견 후 1시간 만에 내놓은 성명에서 "하마스탄(하마스가 통치하는 땅)을 파타스탄(Fatahstan, PA 주요 정당 파타당이 통치하는 땅)으로 대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가자지구에 다른 통치 정부를 세우려면 먼저 하마스를 제거해야 하고 이 목표를 변함없이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갈란트 장관이 지적한 이스라엘의 군사통치 방안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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