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환경에너지부 직원들이 11일(현지시각) 수도 산호세에 있는 시몬 볼리바르 국립동물원의 폐쇄 발표 뒤 그물로 수중동물들을 건져내고 있다. 산호세/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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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가 10년 넘는 법적 다툼 끝에 마지막 남은 국립 동물원 두 곳을 폐쇄했다.
코스타리카의 환경에너지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시몬 볼리바르 동물원과 산타 아나 보호센터를 운영해온 재단인 ‘판다소’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코스타리카는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 등 공공부문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을 모두 폐쇄한 첫 나라가 됐다.
두 동물원 시설에 수용되어 있던 동물 287마리는 건강 상태와 행동 양태 등을 점검한 뒤 야생으로 돌려보내거나 다른 보호시설에서 보살핌을 받게 될 예정이다. 환경에너지부 당국자는 “보호시설 수용은 동물이 건강 문제나 행동 문제로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 수 없을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며 “이번 동물원 폐쇄는 코스타리카의 야생동물 보호 구상을 더욱 굳건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들을 안전하게 야생으로 돌려보내려는 계획은 야생적응 훈련 등 준비에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의 대릴 허드 교수는 “야생에서 오래 떨어져 있었거나 아예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들은 야생에서 먹이를 잡아먹고, 포식자를 피해 살아남는 기술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코스타리카는 2013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해 야생동물을 가둬두는 국·공립·동물원의 운영을 금지했다. 그러나 당시 국립동물원을 위탁 운영하고 있던 판다소가 이에 반발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실제 동물원 폐쇄는 지금까지 미뤄졌다.
다만 이번 조처는 개인이나 민간법인이 운영하는 동물원 18곳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처가 동물원 폐쇄 등 동물 보호에 나서려는 다른 나라에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알론소 아기레 교수는 “이번 일은 전 세계에 큰 교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코스타리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이들도 모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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