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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올드한데 보게 돼… 송강호가 이 드라마의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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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공개한 디즈니+ ‘삼식이 삼촌’

조선일보

삼식이 삼촌(송강호·왼쪽)과 청년 김산(변요한). 배고팠던 시절, 두 사람은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꿈꾼다. 송강호는 푸근하면서도 비열한, 이성적이면서도 꿈을 향해 가는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한다.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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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는 송강호도 드라마에 나오게 했다. 데뷔 35년 차 배우 송강호가 자신의 첫 드라마 출연작 ‘삼식이 삼촌’(디즈니+) 홍보 영상에서 “드라마계 신인 배우”라며 인사했다. ‘송강호 연기를 누워서 보다니 세상 좋아졌다’ 같은 댓글이 달리며 관심이 쏟아졌다. 15일 전체 16화 중 5화까지 공개된 ‘삼식이 삼촌’은 진지한 시대극에 정치 드라마다. ‘삼식이 삼촌’ 역을 맞춤옷처럼 입은 송강호가 등장하고 화면도 고급스럽다. 하지만 전체의 3분의 1 분량이 진행되는 동안 이렇다 할 재미 ‘한 방’은 없었다.

시대 배경은 1960년대. 돈과 수완으로 권력자들에게 줄을 댄 기업인 박두칠(송강호), 내무부에서 ‘잘 먹고 잘사는’ 수출 주도 경제를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좌절된 가난한 엘리트 김산(변요한)이 주인공이다. ‘피자’라는 음식이 두 인물을 엮는다. 박두칠이 ‘삼식이 삼촌’으로 불리는 이유는 전쟁 중에도 내 가족과 친구 삼시 세끼는 챙긴다는 모토 때문. 유학 시절 미국의 정치나 사상보다 누구나 피자를 마음껏 먹는 부강함이 부러웠다는 김산의 연설을 듣고 큰 감명을 받는다. 김산을 국무총리로 세울 계획에 돌입한다. 5화까지 삼식이 삼촌이 김산을 포섭한다.

송강호는 이 드라마를 두고 “지금의 OTT 드라마와는 궤가 다른” “인간의 욕망, 신의 그리고 사랑. 이런 모든 것들을 표현한 대서사시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유행을 타지 않은 드라마임은 맞다. 하지만 이 ‘대서사시’가 구식 느낌도 주는 건 시대 때문만은 아니다. ‘꿈’과 ‘사랑’ 중 선택의 기로에 놓인 주인공, 이유를 모르게 사악하기만 한 악역, 무게 잡는 재벌, 존경받지만 알고 보니 위선적인 정치인 등 어디선가 본듯한 둔탁한 인물 설정 탓이 크다. 삼식이 삼촌 캐릭터만큼은 살아 움직이지만, 배를 불려 사람의 마음을 연다는 홍보 문구만큼 마음을 얻는 과정이 큰 울림을 주진 않는다.

앞부분만으로 전체를 평가하긴 어렵지만, 시리즈로서 구성이 안이한 인상을 주는 것도 아쉽다. 보통 드라마가 회차마다 나름의 재미 포인트와 완결성을 갖추는 데 비해, 긴 영화 한 편을 만들고 투박하게 16구간으로 자른 느낌이다. 영화 ‘동주’ ‘거미집’ 각본을 썼고 영화 ‘카시오페아’를 연출한 신연식 감독이 각본·연출 전반을 맡았다.

그럼에도 16부작에 걸쳐 송강호가 구축해나갈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이 드라마를 보게 한다. 그는 푸근하면서도 비열한, 이성적이면서도 꿈을 향해 저돌적으로 뛰어드는 복합적인 인물로 삼식이 삼촌을 연기했다. 송강호는 앞서 제작 발표회에서 “퍼즐 맞추듯이 점점 회가 거듭될수록 하나씩 맞춰져 가는 느낌들을 흥미롭게 보실 것 같다”며 후반부를 기대하게 했다. ‘삼식이 삼촌’은 이틀 차이로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The 8 Show’(류준열·천우희 주연)와도 자연히 비교되며 맞붙게 될 예정. ‘The 8 Show’는 정반대로 트렌디하고 오락적 재미를 추구하는 드라마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송강호의 첫 드라마 도전이 차별화된 깊이와 울림을 줄지 주목된다. ‘천만 배우’들의 OTT 드라마 행보도 이어진다. 디즈니+는 하반기 공개될 드라마 주연으로 배우 김혜수를 내세웠다. 넷플릭스도 설경구·김윤석 주연의 드라마 공개를 앞뒀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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