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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수)

통증도 줄인다는 ‘원영적 사고’...화날 땐 ‘희진적 사고’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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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왼쪽 장원영, 오른쪽 민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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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야 하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비가 안 왔으면 미세먼지가 가득했을 텐데, 비가 와서 공기가 맑아진 걸 생각하면 이거야말로 신선한 출근길이지! 완전 ‘럭키비키’잖아”. (‘원영적사고 지피티(GPT)’를 활용한 대화 내용)



최근 2030 사이에서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이른바 ‘원영적 사고’가 유행이다. 원영적 사고는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보여준 긍정 화법에서 유래했다. 지난해 9월 아이브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스페인 여행 영상에서, 장원영은 바로 앞 손님이 자신이 사려던 빵을 모두 다 사가자 “(덕분에 저는) 너무 럭키하게 갓 나온 빵을 받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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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5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원영적 사고’ 유행의 시작이 된 게시물. 엑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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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 팬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원영의 긍정적 사고방식을 패러디해 올리며 ‘원영적 사고’가 대중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해당 글은 47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장원영이 자신의 영어 이름 ‘비키’를 활용해 자주 사용하던 표현 ‘럭키비키(운이 좋은 원영이라는 의미)’는 이 유행을 상징하는 밈(meme)이 됐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입력하면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해주는 챗봇 ‘원영적 사고 지피티(GPT)’도 등장했다.



2030은 이런 초긍정 사고방식을 ‘나를 지키는 방법’으로 사용 중이다. 직장인 박소정(26)씨는 “야근을 해야 하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 기분이 우울할 때 원영적 사고를 해보려 한다”며 “‘럭키비키’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실제로 의욕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유행이 계속되자 기업과 정치인도 원영적 사고를 인용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아윤채’ 세미나에서는 한 초청 강사가 원영적 사고를 교육 내용에 활용했고,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동구 진행 사업 중 하나인 ‘반려견 순찰대’가 화제가 된 상황을 두고 ‘럭키비키’라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원영적 사고를 ‘긍정 심리학’의 맥락에서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교수(심리학)는 “긍정 심리학에 따르면 개인이 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할 경우 실제로 행복감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조금 억지스럽더라도 원영적 사고를 권장하고 싶다”고 했다. 임 교수는 “감사일기를 쓰며 긍정적 사고를 할 경우 교감신경 등에 영향을 미쳐 신체적 통증까지 완화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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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엑스에 올라온 ‘원영적 사고’와 ‘희진적 사고’를 비교하는 게시물. 엑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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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적 사고’의 반대말로 ‘희진적 사고’가 언급되기도 한다.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를 향한 울분을 터뜨린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이름을 빌린 용어로, 화나게 하는 상황이나 상대에게 직설적으로 대항하는 화법을 의미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긍정심리학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상황까지 마음가짐의 문제로 축소할 수 있기 때문에 원영적 사고로 모든 삶의 사건을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끔은 분노를 표출하고 저항하는 ‘희진적 사고’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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