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수고용직을 직장가입자로 전환하기 위한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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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게는 2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특수고용직(특수형태근로종사자)은 직장인들처럼 계약을 통해 근로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소득을 얻는다. 하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할 때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직장인들보다 많은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수고용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현저하게 낮아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처럼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을 연금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노후소득을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14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특수고용직을 직장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율을 낮추는 조항이 담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복지부는 배달 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직을 '노무제공자'로 정의하고 현행 직장가입자의 범위에 추가하기로 했다. 또 배달 플랫폼처럼 특수고용직과 계약을 맺은 사업자는 '노무제공플랫폼사업자'로 규정하고, 이들이 매월 특수고용직들의 소득을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다. 개정안엔 특수고용직의 규모와 부과 보험료를 파악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이 고용노동부와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했다.
특수고용직의 직장가입자 전환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하게 제기돼왔다. 근로자와 다를 바 없는 특수고용직들이 보험료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납부 부담이 크다 보니 가입률도 낮다. 2021년 국민연금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가입자 대상인 특수고용직 166만명 중 연금에 가입한 비율은 37.5%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입 대상자(만 18~59세 인구) 가입률(73.9%)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가입자 중 실제 납부가 된 비율을 나타내는 징수율로 따져도 특수고용 종사자들이 연금제도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수고용직의 징수율은 51.7%로, 전체(98.4%)보다 현저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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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이 직장가입자로 전환되면 보험료의 절반(4.5%)은 이들을 고용한 사업자들이 부과해 부담이 줄어든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배달 노동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줬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도 "배달업 특성상 노동자별 고용기간이 천차만별인 만큼 플랫폼 업체 입장에선 보험료 계산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면서 특수고용직들의 가입 유인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에 대한 보험료 지원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경제적 사유로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저소득층의 보험료의 절반(월 4만5000원)을 지원하는 기간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넓힌다. 또 군복무 기간을 연금 가입 기간으로 산입하는 군복무 크레딧, 아이 출산 때 한 명당 12개월씩 지급하는 출산 크레딧을 출산·군복무 완료 즉시 지원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넣었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지급 보장도 명문화했다. 현행 국민연금법엔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국민연금 재원이 떨어지면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의무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복지부가 '국가는 연금 급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개정안을 통해 지급 보장을 확실히 한 것이다. 이는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재정당국은 지급 보장 명문화를 반대하고 있어 법안이 온전히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하면 국가의 잠재적 부채인 충당부채가 크게 늘어나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경우 재정상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급 보장 명문화와 관련해선 "연금 재정을 더욱 빠르게 고갈시켜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 기능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류영욱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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