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온라인 군(軍) 관련 기사에서 자신의 상관에 대해 “갑질‧성희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군무원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근 군형법상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실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공익 목적이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상 명예훼손 논리를 군형법에도 적용한 것이다.
이 사건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소속 군무원이던 A씨가 2022년 3월 감식단과 관련된 한 언론 기사를 읽고 단 댓글이 발단이다. 해당 기사는 감식단이 발굴로 확인한 전사자 유해의 국적이 불분명한데, 당시 단장이 이를 묵살하고 6‧25 참전 용사로 발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감식단 내부 제보자의 고발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A씨는 “제보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해당 사안의 주무처장으로서 현재 성희롱, 갑질, 인사비리, 고발사주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제보자가 업무 자료를 무단으로 언론에 제공하고, 악의적으로 내용을 왜곡해 기관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댓글을 적었다.
A씨가 댓글로 비판한 해당 기사의 제보자는 그의 상관인 감식단 부서장이었다. 군검찰은 A씨가 고의적으로 사실을 적시해 상관인 부서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소했다.
재판의 쟁점은 A씨가 쓴 댓글이 공익에 관한 내용이라 처벌할 수 없는가였다. 형법은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지만, 군형법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다. 지역군사법원인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형법의 공익 관련 조항을 군형법에 유추적용해 원심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군형법의 특수성을 고려해도 해당 조항을 배제할 정도는 아니다”며 “A씨의 댓글은 전반적으로 사실에 해당하지만, 공공의 이익에 관한 내용이라 위법하지 않다”고 했다.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군형법상 상관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내용이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군형법에 형법의 ‘공익의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본 첫 판례다.
[방극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