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공연 티켓도 판매 이익 거둬 '도덕성' 비판
"노골적 특권 남용" vs "좌석 소유자 사적 권리"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의 밤 전경. 2023.11.11/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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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런던의 로열 앨버트 홀의 부유층 회원들이 자선 공연 티켓을 되팔아 사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나타나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불우 계층을 돕기 위해 기획되고 자선 단체 자원이 들어간 공연을 집안 대대로 좌석 박스를 물려받은 부유층이 티켓으로 돈벌이한다는 이유에서다.
13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3월 청소년 암 환자들을 돕기 위해 자선 공연을 진행한 록 밴드 '더 후'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인 로저 돌트리는 티켓을 팔아 돈을 챙긴 회원들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자선 단체는 부유층에 해당하는 로열 앨버트 홀 회원들이 티켓을 공익의 목적이 아닌 사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용했다면서 비판했다.
로열 앨버트 홀의 좌석 박스 소유권은 오래전부터 논쟁의 대상이었다. 1867년 로열 앨버트 홀 설립 자금을 지원한 최초 가입자의 재산 상속인과 후계자 316명이 집안 대대로 홀 박스를 물려받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로열 앨버트 홀의 전체 좌석 5272석 가운데 4분의 1 규모에 해당할 정도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
소수의 부유층이 영국에서 가장 큰 공연장 좌석 4분의 1을 점유한다는 점에서 이전부터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회원 가운데 다수는 자선 공연 티켓을 매표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일부 회원은 티켓 판매 사이트를 통해 개인 수익원으로 취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지난 3월에 열린 1960년대 전성기를 누린 록 그룹 '더 후'의 공연 티켓은 로열 앨버트 홀 전용 티켓 판매 사이트에 139파운드(약 23만8000원)에 판매됐다.
로열 앨버트 홀의 전 사장인 리처드 리틀턴은 이번 자선 공연 티켓이 온라인에서 재판매된 기록을 로열 앨버트 홀의 정관 변경 가능성을 검토하는 상원의회에 증거로 제출했다. 또 가수 에드 시런이 홀에서 개최한 공연 티켓이 6000파운드(약 1030만원)에 재판매됐던 사실도 함께 증거 자료로 첨부했다.
돌트리는 "좌석 박스를 소유하고 있는 회원들도 티켓을 가질 권리가 있지만 도덕적으로 옳은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홀 사장이었다면 이런 일을 막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열 앨버트 홀은 이전부터 회원 제도를 개혁하라는 압력이 있었지만 이에 저항해 왔고 티켓을 영구적으로 가지는 소유자들이 주요 수익원으로 이용하도록 허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리틀턴 전 사장은 "로열 앨버트 홀의 법인 일원으로서 현재 홀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깊은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 자선 단체 자원을 이용하면서도 노골적인 특권 남용을 방어하는 로열 앨버트 홀 이사회가 상징적인 국가 기관을 운영하는 데 왜 부적합한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로열 앨버트 홀 대변인은 "좌석권 소유자의 티켓은 개인 재산이고 홀이나 행사 주최자에게 속하지 않는다"며 "소지자는 원하는 대로 티켓을 사용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는 홀이 설립될 당시 발생한 사적 권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이어 "티켓을 판매할 때 자선 단체나 콘서트 기획사에 수익을 박탈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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