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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 (일)

때론 멍 때리고 싶다…소방관도, 미화원도, 정신과 의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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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4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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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누군가와 비교하고 어떻게 하면 저 상대를 이길 수 있지를 늘 생각하는데 이번 시간만큼은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를 성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지난 12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곽윤기(35)씨는 14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참가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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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4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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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4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곽윤기씨가 멍을 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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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도 있었다. 곽씨는 “경기 중간중간에 심박을 측정하는 알림 종이 울리는데, 쇼트트랙에선 마지막 바퀴를 알릴 때 그런 종이 울린다”며 “그래서 종소리가 울릴 때 평정심을 유지해야 되는데 나도 모르게 흥분 상태가 돼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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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4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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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는 다양한 직업군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사전에 신청한 2787팀 가운데 80팀이 선정돼 경쟁률이 35 대 1에 달했다. 대회를 생중계한 서울시 유튜브 영상을 보면, 견장이 달린 남색 제복을 입은 청원경찰과 형광색 작업복에 흰 안전모를 쓴 환경미화원, 의료용 투명 넥 카라를 쓰고 링겔을 맞고 있는 강아지 인형을 안은 수의사 등이 눈에 띄었다. 정신과 의사, 데이터 언어학자, 136만 유튜버 ‘미미미누’, 걸그룹 ‘빌리’의 멤버 ‘츠키’ 등도 참가했다.



‘멍때리기 대회’를 기획한 ‘웁쓰양’은 영상에서 “참여자들에게 각자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의상을 입고 오게 했다”며 “관객들은 (자신과) 비슷한 직업의 선수를 응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등에 ‘119’라고 새겨진 주황색 근무복을 입고 두 아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경기 지역 소방관 김용희씨는 “봄철이 되니 화재도 많이 나고 출동도 너무 많고 항상 긴장된 마음 상태에서 생활을 했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겨 참여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참가한) 아이들도 학교-공부-학원을 반복하는 일상 때문에 너무 힘들어했었는데 잠깐 멍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참 좋았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고 싶어 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인 참가자는 대회장에 설치된 게시판에 “업무상 휴대전화를 계속 손에서 못 놓기도 하고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 멍때리러 왔다”고 참가 사유를 적었다. 방송사 작가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90분이라도 (방송) 아이템 걱정 없이 멍때리고 싶다”고 적었다. 연극배우라는 참가자는 “대사가 너무 많아서 뇌에 과부화가 걸렸다. 멍때리기를 통해 초기화해 줄 필요가 있어서 참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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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4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경기 지역 소방관 김용희씨가 자녀와 함께 멍을 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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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4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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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는 시간은 총 90분.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경우, 졸거나 잘 경우, 웃거나 잡담하는 경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경우, 주최 쪽에서 제공하는 음료 외의 음식물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탈락한다. 이후 관객 투표를 많이 받은 10명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심박 그래프를 보인 참가자가 우승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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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4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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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2024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때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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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선 프리랜서 아나운서 권소아씨가 우승을 차지했다. 권씨는 “90분 동안 거의 아무 생각을 안 했었던 게 우승의 비결 같다”며 “마지막엔 가장 편한 자세로 있으면 심박수가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해서 누웠는데 내년 참가자에게 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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