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李대표, 의장 선거 과열 걱정... 내게 잘 해달라고 해”

후보 나선 우원식은 “황당한 얘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추미애 당선인이 지난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 입장하며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4파전으로 시작했던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이 추미애 당선자와 우원식 의원의 2파전 구도로 좁혀졌다. 다만 16일 실시되는 경선을 앞두고 조정식 의원이 지난 12일 추 당선자로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며 후보직에서 사퇴하고, 정성호 의원도 후보직을 내려놓자 추 당선자 추대로 흐름이 잡혀간다는 관측이 민주당에서 나온다. 이런 흐름에는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개입했다는 주장도 민주당 안에서 나왔다.

추 당선자도 13일 이 대표와 교감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을 했다. 추 당선자는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대표가 입원하기 전에 여러 차례 깊이 얘기를 나눴다”며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추 당선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번만큼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있는 의장 선거가 있겠느냐.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공연히 과열되다 보니 우려가 많은 것 같다. 잘 좀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추 당선자는 “(이 대표가) 다른 후보에게는 그렇게 안 했다고 한다”고 했다. 추 당선자 발언은 이 대표가 추 당선자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휴식 및 신병 치료차 지난 9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인 지난 12일, 추 당선자는 조정식 의원과 만나 자신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데 합의했고, 또 다른 경선 후보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결국 국회의장 경선은 추미애·우원식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유력 후보 2명이 같은 날 후보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추 당선자를 추대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와 관련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내 경선에서 중진들이 과열 경쟁하기보다 선수(選數)와 관례를 따르는 게 좋지 않느냐는 여론이 당내에 많았고, 이 대표도 그러한 생각인 걸로 안다”고 했다. 추 당선자는 22대 국회에서 6선이 돼 조 의원과 더불어 후보 중 선수가 가장 높고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이란 상징성도 있어 자연스럽게 추 당선자로 당내 여론이 모아지는 흐름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대여(對與) 강경 기조인 추 당선자에 대한 강성 민주당원들의 지지가 높은 점도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민주당 내 기류에 대해 우원식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황당하다”며 “개혁과 혁신을 이야기하다가 선수, 관례를 얘기하는 건 앞뒤가 안 맞다”고 했다. 우 의원은 “나야말로 진짜 친명”이라며 “나는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할 때 선대위원장을 했고, 이 대표가 위원장인 기본사회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라고 경선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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