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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괴롭힘에 남중국해 필리핀 어민 생계위기…"트라우마도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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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 고충 호소…"中해경선, 낚싯바늘 던져 물속 어민 붙잡기도"

연합뉴스

중국 해안경비정의 물대포 공격 받는 필리핀 해군 보급선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중국 해경선(오른쪽)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군보급선(가운데)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장면. 2024.5.13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이 일대에서 대대로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꾸려왔던 필리핀 어민들을 쫓아내고 조업 장비와 잡은 생선까지 압수하는 등 괴롭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필리핀 어민들은 생계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 때로 심각한 트라우마까지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필리핀 매체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필리핀 북부 루손섬 서해안 산살바도르섬에 사는 어민 델핀 에가나(54)는 2017년 12월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岩島)에 동료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조업하러 나갔다.

이곳은 그가 그간 무수히 조업했던 어장이었지만, 그날은 중국 해경선이 그들의 낚시 장비와 그물을 압수했다.

이에 에가나가 작살을 갖고 헤엄쳐서 달아나려 하자 해경선은 큰 물고기를 잡는 데 쓰는 낚싯바늘을 던져서 그를 붙잡았다.

다행히 낚싯바늘이 그의 셔츠에 걸려서 몸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에가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후 조업하러 나간 보트 위에서 "그것(중국에 빼앗긴 어구)을 되찾아올 거야"라고 계속 중얼거리다가 배가 뭍에 도착하자 뇌졸중을 일으켜 쓰러졌고, 그의 가족은 생계가 막막해졌다.

산살바도르섬이 속한 잠발레스주와 팔라완섬 등지의 어민 단체는 최근 산살바도르섬에서 중국 선박의 어장 침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어민들은 성명을 내고 이제 어장에서 자유롭게 조업하지 못해 굶주림과 빈곤이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어선들은 중국 해경선 보호 아래 큰 조개 같은 수산물을 쓸어가면서 산호초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과거에는 중국 해경선이 스카버러 암초에서 필리핀 어민들을 쫓아내기만 했지만, 이제는 필리핀 어선을 해경선으로 들이받는 등 폭력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또 잠수해서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 어민들을 중국 해경선이 강제로 물 위로 끌어 올리고 잡은 물고기를 압수한다고 밝혔다.

잠발레스주의 어민 로니 드리오는 중국 해경이 맨발로 잠수하던 자신에게 보트를 날카로운 산호초 위로 끌고 가도록 강요해 발이 산호에 베여서 피를 흘렸으며, 이제는 중국 배를 보기만 해도 불안에 휩싸일 정도라고 말했다.

어민 단체 대표인 헨레릴로 엠폭은 이런 피해 사례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임 대통령 시절 필리핀 해경과 수산청(BFAR)에 제기했으나 무시당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다만 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정부에서는 해경의 어민 지원 작전 등으로 "뚜렷한 개선"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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