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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연봉 100만달러도 OK" AI 인재 영입 팔 걷은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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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ICT 기업들, 부족한 AI 전문 인력 확보 위해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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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완 LG전자 CEO가 지난 1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해외 인재 채용 프로그램 'LG전자 북미 테크 콘퍼런스'를 주관하며 참석자들에게 회사 AI 전략과 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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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미래 먹거리로 인공지능(AI) 사업을 키우고 있는 기업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인 'AI 전문 인력 선점'을 위한 기업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동시에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인재 쟁탈전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13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AI·바이오·클린테크(ABC)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LG그룹이 최근 인재 영입 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특히 AI 인재 확보에 필사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CEO들이 직접 해외 채용 행사 참석을 위해 속속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조주완 LG전자 CEO가 전날 글로벌 AI 격전지인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채용 프로그램을 주관했다. LG전자가 실리콘밸리에서 AI 인재 영입 차원의 별도 행사를 연 것도, 조 CEO가 직접 채용 행사에 참석해 세일즈에 나선 것도 처음이다.

조 CEO는 채용 프로그램 '북미 테크 콘퍼런스'를 진행하며 AI 연구원, 빅테크 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회사의 비전, 연구개발(R&D) 전략, AI 기술 발전 방향 등을 소개했다. 그는 "LG전자는 '가전 No.1'을 넘어 고객의 다양한 공간과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며 "더 나은 삶과 미래에 대한 낙관을 갖고 담대하게 도전하는 여정에서 이 자리에 계신 분들과 함께 꿈을 리인벤트(Reinvent)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조 CEO는 핵심 인재라면 파격적인 연봉을 지급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AI 인재 영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조 CEO는 "양적으로는 (AI 인재의) 진용을 갖췄다. 숫자만 늘려가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이제 질적인 중량급 인재들이 필요하다"며 "AI 인재 영입을 위해 연봉을 100만달러(약 13억7000만원)도 줄 수 있다고 본다. 나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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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지난달 13일 미국 실리콘밸리 포시즌스 호텔에서 AI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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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는 LG유플러스도 최근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마찬가지로 AI 인재 유치를 위해서다. 지난달 13일 미국 실리콘밸리 포시즌스 호텔에서 AI 분야의 글로벌 인재들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행사를 열었는데,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직접 행사를 주관하며 AI 미래 비전을 설명했다.

앞으로도 LG그룹은 적극적인 인재 영입 기조를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미래 준비의 기틀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인재'를 제시한 상황이다. 이러한 구광모 회장의 뜻을 반영해 LG그룹은 지난달 초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이공계 석·박사 과정 R&D 인재 300여명을 초청, 대규모 기술 교류 프로그램을 열기도 했다. 권봉석 LG그룹 부회장과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를 비롯해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LG AI연구원 등 LG 주요 계열사 최고기술책임자, 최고디지털책임자, 최고인사책임자 50여명이 총출동해 AI를 포함한 주요 기술 혁신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다른 기업들도 AI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본급만 최소 5억원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올해 기술 인재 채용 규모를 그대로 유지했고, 신입사원 공채 외 국내 경력직, 우수 외국인 유학생 채용을 병행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초 사내 최고기술전문가인 '삼성 명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술 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라며 인재 확보, 육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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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2월 MWC 2024 행사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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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AI 인재 영입에 진심이다. 먼저 상시 채용 중인 SK텔레콤은 지난달 기준으로 정규직의 40%를 AI 인력으로 채웠다. 최근에는 'SKT AI 펠로우십' 6기 지원자를 모집했다. 'SKT AI 펠로우십'은 AI를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에게 기업 실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AI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KT는 올해 전 직급에서 AI 등 ICT 전문 인력을 1000명 규모로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또 KT의 AI 리터러시(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강화를 위해 KT 임직원들의 AI 역량 수준을 진단하고, 클라우드와 AI를 포함한 엔지니어링 영역까지 역량 강화를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KT의 DNA를 AI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KT는 지난 2022년부터 카이스트, 포항공대, 한양대 등 국내 대학과 함께 AI 석사 과정을 마련하고 AI 연구와 산학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인재를 직접 육성해 채용까지 연계하는 방식으로도 AI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KT의 AI 인재 확보 작업은 향후 더욱 속도감 있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섭 KT 대표가 관련 사항을 직접 챙기고 있다. 그는 "한국은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선보인 저력 있는 나라"라며 "한국의 미래와 KT의 성장을 위해 AI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이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수요는 폭발하고 있지만, 고급 인력 공급이 여전히 제한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30개국 AI 전문 인재(47만7956명) 중 한국의 보유 순위는 22위(2551명)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력을 통해 AI 인재를 영입하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한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전문 인력을 키워낼 수 있을지 등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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