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국에서 중계하기 애매한 축구선수 이름'이라며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이들이 있다. 폴란드 선수 '바르토즈 시불스키', 일본 선수 '시바사키 가쿠', 핀란드 선수 '안티 니에미', 터키 선수 '구라이 부랄', 이탈리아 선수 '지안프랑코 졸라', 세르비아 선수 '페타르 미친' 등이 이에 속한다. 자국에서는 아무 문제 없는 이름이지만, 한국어로 읽으면 발음이 비슷한 욕이나 민망한 단어로 들리기 때문이다.
게임계에도 이런 이름들이 있다. 외국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불려지는 게임명인데, 한국에 그대로 넘어오면 마치 비속어처럼 들리는 게임들 말이다. 최근 스팀에 출시된 '씨블립'이나, 중세 공성게임의 대명사로 불리는 '시벌리'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인으로서 읽을 때 발음을 특히나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임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아, 게임메카는 게임명을 표기할 때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이 아래 게임들은 어쩔 수 없는 경우이므로 영어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TOP 5. Pollito & Xiang Xiang: Adventure in the Forest
중국에서 Xiang 이라는 발음을 쓰는 한자는 翔(날 상), 祥(복 상), 香(향기 향) 등이 있다. 뜻이 좋은 한자이기에 사람이나 동물 이름에도 흔히 쓰인다. 문제는 그 발음을 한국어로 옮겨적으면 약간 욕 같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스팀에 출시 예정인 '폴리토 앤 샹샹: 어드벤쳐 인 더 포레스트'는 Xiang이 두 번 연속해 쓰였기에 특히 발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게임은 병아리 폴리토와 팬더 샹샹이 힘을 합쳐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모험을 지속하는 어드벤처 장르다. 재미있는 것은 이름에서와 달리 중국 개발사 작품이 아니라는 점. 콜롬비아 정부 자금 지원 프로그램에서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게임이며, 지원 언어 역시 영어 뿐이다. 샹샹이라는 중국식 이름이 등장한 데는 팬더가 중국의 상징적 동물로 해외에 나가 있는 팬더 대부분이 중국식 이름인 것을 반영한 듯 하다. 어쨌든, 이 게임 이름을 말할 땐 특히 된소리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쌍시옷이 나가면 안 된다.
▲ 폴리토와 샹샹의 모험을 다룬 게임 (사진출처: 스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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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출시된 모바일게임, 페이트 오브 니미. 평범한 십대 소녀인 니미(Nimi)가 괴물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계로 들어가 길을 잃고, 그 곳에서 탈출함과 동시에 사람들을 돕는 내용을 그렸다. 장르는 어드벤처 플랫포머로, 고전적 느낌의 도트 그래픽으로 묘사된 세계에서 빨간 옷과 머리를 한 주인공 니미를 조작해 악마들을 물리쳐야 한다. 그래서인지 게임 이름도 '니미의 운명'인데, 한국인들에겐 영 발음하기가 껄끄럽다.
사실 '니미(nimi)'라는 이름은 인도권, 특히 힌두 문화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반짝임'이나 '눈 깜빡임'을 의미하는 단어로, 실제로 석가모니 활동 시절 존재했던 고대 인도 국가 중 하나인 비데하에는 이 이름을 가진 왕도 있었다. 현대엔 주로 여성에게 붙이는 이름이기도 한데, 한국에선 영 좋지 않은 욕과 같은 발음인 점이 넌센스다. 어쨌든, 이 게임 외에도 현실에서 니미라는 이름을 가진 이를 만난다면 외국 이름에 대한 존중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자.
▲ 작고 귀여운 니미를 조작하는 게임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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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게임은 꾸준한 인기를 끄는 스테디셀러 장르다. 특히 스타듀 밸리 이후 한적한 농장을 경영하는 게임이 늘어났는데, 모바일로 출시된 '쉽 팜(Sheep Farm)' 역시 비슷한 게임이다. 물론 모바일 농장 시뮬게임 대부분이 그렇듯 경영보다는 타이쿤 요소에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어쨌든 양으로 가득한 농장을 가꾸며 다양한 양을 얻고, 양치기 개를 고용하고, 수많은 야생동물들을 길들이는 다소 평화로운 게임이다.
게임명 역시 직역하면 '양 농장'일 뿐인 평범하디 평범한 단어지만, 한국인 입장에서는 "하필 쉽과 팜을 붙였나" 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작명이다. 영어 발음은 '팜'이 아니라 'FㅏRㅁ'이므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혀를 굴리는 편이 좋겠다. 쉽 팜이 아니라 쉬잎 홞 정도로 읽어주도록 하자.
▲ 직역하면 양 농장인 쉽 팜 (사진출처: 구글 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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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서 Pal은 친구라는 뜻, Sea는 바다라는 뜻이다. 바다 생물들이 친구로 나오는 게임이라면 Pals of the Sea 라던가, Pals from the Sea 등으로 이름을 지으면 될 듯 하지만, 생략을 통한 복합명사 생성법으로 이름을 대폭 줄인 결과물이 있다. 바로 Sea Pals다. 위의 쉬잎 홞과 비슷한 오해지만, 조금 더 직설적이다. Pal을 팔이 아니라 팰로 읽는다 쳐도 비속어의 변형구 범위 내이기에 더욱 피할 곳이 없다.
사실 왜 이런 제목이 지어졌느냐를 보면, 단순히 웃기만은 어렵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해 바다가 오염되며 전세계 해양 생물의 1/3이 멸종 위기에 놓인 지금, 바다와 바다생물을 우리의 친구처럼 느껴야만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겠다는 취지로 개발된 사회적 게임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발자 2인 중 한 명이 한국인 이름이기에, 뭔가 약간은 노린 게 아닌가 싶은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든다.
▲ Pen Pal은 펜팔이니, Sea Pal은 씨... (사진출처: devpo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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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이름의 게임이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압도적 1위는 Jot! 이다. 원작은 2005년 출시된 보드게임으로, 십자말 풀이를 변형한 글자 맞추기 게임이다. 모바일로 이식돼 같은 이름으로 서비스 되고 있기도 하다. 영어를 기반으로 한 문자 게임이다 보니 국내에선 언어적 문제로 인해 딱히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미국 등 영미권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퍼즐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일단, 제목 자체가 한국인 기준으로는 그 자체만으로 짧고 굵고 민망한 속어다. 참고로 Jot 이라는 단어는 알파벳 i의 기원이 된 라틴어 이오타(iōta)에서 유래한 말이다. 저 자체로는 글쓰기에 있어 아주 작은 구분 단위를 뜻하며, 알파벳으로 따지면 개별 문자, 혹은 획에 해당한다. 더불어 뭔가를 빠르게 적어내려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원작 보드게임이 글자를 빠르게 쓰고 지우며 플레이하는 것을 고려하면, 적절한 네이밍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조-트 정도로 읽어주도록 하자.
▲ 받침이 ㅌ이니까, 이를 최대한 살려주도록 띄어 읽도록 하자 (사진출처: 아마존, 구글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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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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