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기생충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과거 우리나라는 낙후된 보건의료 시설과 오염된 토양이 비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해 ‘기생충 왕국’이라는 오명을 썼습니다. 1960년대 우리나라 국민의 기생충 감염률은 80% 이상이었죠. 이후 주거 등 환경을 개선하고, 기생충 관리와 교육 등 국민 건강을 위해 여러 사람이 노력한 결과 지금은 찾아보기 쉽지는 않지만, 기생충은 여전히 우리 곁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따듯해지고 야외로 나가는 횟수가 증가하며 기생충 감염에 대한 위험 가능성도 커지고 있죠. 최근엔 기후 변화로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돼 발병하는 기생충병 말라리아 발생이 늘어나고, 도심에서 빈대 출몰도 잦은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기생충박물관을 찾아 오랜 시간 인류와 생사를 함께해온 기생충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기생충의 세계를 탐험하며 모든 질병의 기초인 보건위생의 중요성을 알아봤습니다.
서지안 학생기자·손지우 학생모델·최수혁(맨 왼쪽에서 시계방향) 학생기자가 기생충박물관을 찾아 오랜 시간 인류와 생사를 함께해온 기생충의 세계를 탐험하며 보건위생의 중요성을 알아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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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제국』을 쓴 칼 짐머에 따르면 기생충은 ‘다른 종에 붙어살면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다른 생물에게 피해를 주는 생물’입니다. 최근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제목에 쓰이며 유명해진 단어이기도 하죠. 어떤 생물체를 엄밀한 의미의 기생충이라고 부르려면 우선 동물에 속해야 해요. 즉, 운동성을 가진 생물체여야 하고, 서로 다른 종류(종)인 다른 생물체(숙주)의 피부 등 체표 또는 체내에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서식하면서 이들로부터 필요한 영양물질을 탈취하는 기생생활 양식을 가져야 합니다. 약간의 추가 조건은 기생충이 숙주보다 몸체가 작아야 하는데요. 기생충이 숙주보다 몸체가 더 큰 경우는 숙주가 기생충에게 통째로 먹혀 죽게 되므로 몸체가 큰 생물은 결국 천적이 되고 작은 생물은 먹이가 되기 때문이죠.
기생충이라고 하면 ‘징그러운 것’ ‘더러운 것’ 등의 부정적인 느낌만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게 다양한 종류의 기생충들이 사람에 감염되어 영양분을 빼앗고 소화불량이나 각종 염증, 드물게는 암과 같은 병을 일으키기도 하여 나쁜 이미지가 강하게 부각되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생충 중에는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고, 이용가치가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기생충은 적이기도 하면서 친구나 동지라고도 할 수 있는 거죠. 다양한 기생충의 세계를 알아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강서구에 있는 기생충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분류 체계를 가지고 있는 기생충의 세계를 알아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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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개념 및 분류
기생충은 크게 원충·연충·절지동물로 분류할 수 있고, 각각 수많은 종을 포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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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크게 원충·연충·절지동물로 분류할 수 있고, 각각 수많은 종을 포함해요. 원충은 크기가 매우 작아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볼 수 있으며, 한 개의 세포로 구성된 단세포 동물입니다. 연충은 원충보다 비교적 크기가 크며 긴 끈 모양을 한 선충류, 다른 동물이나 물체에 달라붙기 위한 기관인 흡반을 가진 흡충류, 여러 개의 편절로 이루어진 기다란 조충류 등을 말합니다. 절지동물은 굽혀지는 다리를 가진 생물체로, 우리 주변에 흔한 모기가 이에 속하죠. 기생충의 종류는 다양하고 복잡한 분류 체계를 가지고 있어 전문가가 아니고는 알기가 매우 어렵다고 해요. 그중 가장 대표적인 기생충인 연충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게요.
긴 끈 모양인 선충류에는 흙을 통해 전파되며 복통·소화 불량·빈혈 등을 일으키는 회충이 포함된다. 사진은 고래회충 유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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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류에는 연어 등을 통해 전파되는 동해긴촌충, 돼지고기를 덜 익혀 먹을 때 감염되는 유구조충과 아시아조충, 쇠고기를 통해 감염되는 무구조충 등이 포함되죠. “폭은 1cm를 넘지 않지만, 마디마디 나눠진 편절을 갖고 있어요. 마디 하나에 알이 10만 개까지 들어찬다고 해요. 가장 크게는 12m까지도 자랍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고기·돼지고기를 먹을 때는 완전하게 익혀서 먹는 게 좋겠죠.” 손지우 학생모델이 기생충에 감염된 음식을 섭취했을 때 위액에서 죽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어요. 이 학예사가 “원충의 경우 포낭이라고 하는 동그란 옷을 입고 있어 소화액에 용해돼 죽지 않고 우리 몸에 침투할 수 있어요”라고 답했죠.
재미있는 기생충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주협흡충의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가 눈에 띄었는데요. 주혈흡충은 상대가 눈앞에 나타나면 수컷이 암컷을 꼭 끌어안고 절대 놓지 않는다고 해요. 한 번 잃어버리면 다시 찾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인데요. 아예 수컷의 가슴·배에는 암컷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긴 홈이 있죠. 이것을 포자관이라고 합니다. 평생 암컷을 끌어안고 사는 주혈흡충 수컷은 암컷에게 먹이도 양보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죠.
곤충을 물가로 인도해 자살로 몰고 가는 연가시는 숙주의 공포심을 상실시키는 대표적인 기생충이다. 사진은 숙주로 삼은 곤충(왼쪽)의 항문 혹은 항문 근처 표피로 빠져나오고 있는 연가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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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을 물가로 인도해 자살로 몰고 가는 연가시는 숙주의 공포심을 상실시키는 대표적인 기생충입니다. 연가시 성충은 맑은 물에서 짝짓기하고 알을 낳는데, 연가시의 알은 잠자리·하루살이처럼 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곤충의 몸에 기생하며 그 안에서 성장하죠. 약육강식의 자연 생태계에 따라 그 곤충이 다른 육식곤충에게 잡아먹히면, 연가시 유충은 또 다른 육식곤충의 몸 안에 옮겨가 기생하게 됩니다. 이후 다 자라나 성충이 된 연가시는 짝짓기와 알을 낳기 위해 물로 돌아가야 하는데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연가시는 곤충의 신경계에 작용하는 특정 단백질을 분비해 기생하고 있던 곤충이 물가로 찾아가 빠지게 하여 연가시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죠. “영화 ‘연가시’를 보면 사람이 감염돼 물에 빠져 사망에 이른다고 나오는데 다행히 체온·면역력 등이 달라 사람한테 연가시는 살아갈 수 없어요.”
역사 속 기생충
다양한 기생충의 세계를 알아보기 위해 기생충박물관을 찾은 손지우 학생모델과 최수혁·서지안(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기생충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기생충의 세계를 탐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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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의료용 고문서 중 가장 오래되고 중요하다 인정받는 『에버스 파피루스』에는 기생충을 치료하는 방법과 예방하고 없애기 위한 주술, 마법에 대한 공식이 적혀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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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스 파피루스』에 치료법과 함께 기록된 메디나충은 기니벌레로도 불리는데, 유충에 감염된 물벼룩이 포함된 식수를 통해 감염되며 하얀 실 형태를 띠죠. 메디나충은 아직도 완전한 구충제가 없다고 하는데요. 유일한 치료 방법으로 『에버스 파피루스』에 기록된 방법인 감염 부위에서 나오는 벌레를 작은 막대기나 거즈로 조심스럽게 감싸 탈출을 촉진하는 방법을 현재까지도 하고 있죠. 메디나충은 의료보건분야 관련 기관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지팡이를 뱀이 휘감고 있는 상징은 미국의학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다양한 의학협회를 상징하는 표시인데요. 여기서 지팡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의술의 신 '아스클레오피오스'의 지팡이고 뱀은 메디나충을 상징합니다. 과거 ‘불뱀’으로 불리던 메디나충을 막대기에 감아 빼내는 모습을 뱀과 지팡이로 형상화한 것이죠. “『에버스 파피루스』에서 메디나충을 치료하는 방법을 보고서 아스클레오피오스의 지팡이가 그냥 뱀이 아니고 메디나충을 치료하는 것을 형상해서 만든 게 아니냐고 학자들의 의견이 갈리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의학서인『동의보감』에도 기생충에 대한 기록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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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학서인 『동의보감』에도 기생충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신체 내부 관련 내용을 담은 내경편 제3권 충편을 살펴보면 폐충·오장충·신충 등 다양한 기생충이 나와요. 그중 존재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폐충으로 현재 폐흡충의 설명이나 증상이 동일하죠. 전시실 중앙 유리관에는 복제 미라가 놓여 있는데요. 경남 하동군에서 발견한 350년 된 한 임산부의 미라로, 해포(옷을 푸는 과정) 작업 중 배 속에서 어린아이의 인골이 발견돼 출산 중에 사망한 것으로 보였죠.
하지만 이후 진행한 연구에서 미라에서 채취한 체내물 분석결과 폐흡충알 수천 개를 발견했어요. 보통 성충 5~10마리가 폐에 기생하면 기침과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고 기관지염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일어난다는 폐흡충이 임산부에게 이토록 많이 발견됐으니, 하동 미라는 출산 중에 사망했다기보다는 폐흡충 감염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훨씬 커진 것이죠.
이소율(맨 오른쪽) 학예사의 설명을 듣고 복제 미라를 보니 조선시대에도 기생충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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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굴에 기생하는 참굴큰입흡충이 400년 전 미라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1993년에 서울의대 기생충학교실이 세계 최초로 발견해 세계학회에 보고한 참굴큰입흡충은 자연산 굴을 통해 감염되죠. 조선시대 미라를 통해 최근에야 존재를 드러낸 이 기생충이 조선시대에서도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고, 당시 지금처럼 생굴을 먹는 식습관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어요.
건강을 위한 기생충 관리
조선시대 왕의 몸은 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존귀한 존재였지만, 그런 몸의 내부에도 회충이 있었습니다. 영조 37년(1761년)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영조가 회충을 토한 뒤 “회충은 사람과 함께하는 인룡(人龍)이다. 천하게 여길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해요. 인분을 비료로 사용해 농사를 짓던 과거에는 인분 속 기생충 알이 밭작물에 뿌려졌죠. 그렇게 재배된 채소를 먹어 기생충에 감염되고 몸속에서 자란 기생충 알은 다시 변으로 배출됐으니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칠 무렵엔 거의 전 인구가 한 종류 이상의 기생충에 감염됐을 정도였다고 해요.
초창기 검변 작업 모습. 전국 검진 및 투약 사업을 통해 약 3억5000만 명이 검사하고 8500만 명에게 구충제를 투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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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과 함께하는 한국인의 삶은 1960년대 초반까지도 계속됐는데, 기생충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1963년 10월 24일 오후 10시 30분 병원 앞에 아홉 살 여자아이가 보호자도 없이 복통으로 쓰러져 있었죠. 급하게 전주예수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당시 병원장이었던 폴 크레인이 수술에 나섰어요. 아이의 소장 대부분은 회충으로 가득 차 있었고, 5㎏에 달하는 회충 1063마리를 꺼냈죠.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장시간 영양부족과 장폐색에 시달린 아이는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폴 크레인은 한국의 열악한 보건 상태를 고발했고,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죠. 이에 정부와 의학계는 기생충 박멸에 나섭니다.
채변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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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엔 학교에서 채변봉투로 대변 검사 후 기생충이 발견된 학생들을 교탁 앞으로 불러내 구충제를 먹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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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생충박멸협회가 설립되어 1969년부터 연 2회에 걸쳐 실시한 학생 기생충 검사와 감염자에 대한 집단 투약은 기생충 퇴치를 위한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돼요. 1969~1995년 이어진 전국 단위 검진 및 투약 사업을 통해 학생을 시작으로 지역주민·사업장·군인에 이르기까지 약 3억5000만 명이 검사하고 8500만 명에게 구충제를 투약했다고 해요.
채변봉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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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 검사 도구 전시물 등을 보며 당시 모습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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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90년대 전반까지 학교에 다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생충과 채변봉투, 구충제에 대한 경험담 하나쯤은 가지고 있죠. “채변봉투에 자신의 대변을 넣어 가서 검사하고, 기생충이 발견된 학생들을 교탁 앞으로 불러내 구충제를 나눠 주고 먹게 했대요. 준비물 안 가져오는 친구들처럼 자신의 대변을 안 가져와서 친구 걸 빌려 내거나 강아지 똥을 낸 사람들도 있었대요. 내가 감염되지 않았어도 친구가 감염되면 똑같이 감염된 거로 나왔겠죠.” 70년대 채변봉투 제출하는 날을 표현한 모형부터 채변함 사진과 채변봉투·대변 검사 도구 전시물 등을 보며 소중 학생기자단은 당시 모습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70년대 채변봉투 제출하는 날을 표현한 모형부터 채변함 사진과 채변봉투·대변 검사 도구 전시물 등을 보며 기생충 검사와 감염자에 대한 집단 투약을 한 당시 모습을 간접 체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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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박멸 운동 시기 우리나라는 인분 비료를 화학 비료로 교체했고 재래식 화장실에서 수세식 화장실로 바꿨어요. 정부사업으로 주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행된 장내기생충 조사 결과 1971년 84.3%에 달했던 감염률은 5년 후 63.2%로 떨어졌고, 1981년 41.1%, 1986년 12.9%, 1992년 3.8%, 2012년에는 2.6%로 사실상 퇴치 판정을 받았죠. 더 이상 기생충 왕국이 아니게 된 거예요. 이제 우리나라보다 기생충 감염률이 높은 나라에 가서 어떻게 박멸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기생충 관리 사업을 지원하는 상황이죠.
포르말린 용액에 담긴 다양한 기생충 표본부터 기생충의 감염원인 물고기 표본과 중간 숙주들도 전시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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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실시한 광제원의학교 졸업생 선발시험에 ‘장내 기생충 란의 종류와 형상을 기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을 만큼 기생충학은 조선시대에도 중요한 분야였습니다. 2층 전시실에는 우리나라 기생충학 창시자이자 기생충학자 제1세대인 서병설 박사를 비롯해 대한민국 기생충학의 발전을 위해 힘쓴 분들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죠. 참굴큰입흡충·서울주걱흡충·인산주걱흡충·미야타흡충 등 한국 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발견한 기생충도 자세히 설명돼 주목할 만합니다. 전시실 중앙에 포르말린 용액에 담긴 다양한 기생충 표본도 시선을 사로잡는데요. 수많은 마디로 이루어져 12m까지도 자라는 조충부터 모양·크기·색깔이 서로 다른 기생충을 직접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죠. 100여 점의 실물 표본과 함께 모래무지·납자루 등 기생충의 감염원인 물고기 표본과 중간 숙주들도 전시돼 있어요.
손지우 학생모델이 터치스크린을 살펴보며 기생충의 세계를 탐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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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혁 학생기자가 “우리 엄마는 회와 채소를 좋아해서 날것을 자주 드시는데 괜찮을까요”라고 궁금해했죠. 식품을 통해 감염되는 식품매개 기생충도 터치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연어 초밥을 터치하자 ‘동해긴촌충’이 바로 화면에 떴죠. 우리가 자주 먹는 생선 고등어에는 ‘아니사키스’라고 하는 기생충이 내장과 근육 사이에 숨어있어요. 고래회충으로 많이 알려진 아니사키스는 대부분 고등어 내장과 함께 손질되어 버려지지만, 깨끗이 손질되지 않은 고등어에서는 하얀 실 모양의 기생충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육회·생선회 등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는 음식은 기생충 감염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을 깨닫게 하죠. “요즘 채소는 깨끗한 환경에서 화학 비료로 재배하다 보니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사는 채소는 기생충이 발견되는 경우가 낮고요. 간혹 시골에서 인분을 통해 토양이 오염되었을 때 거기서 자라나는 채소를 먹어 감염될 수 있기는 해요. 민물고기 중에서도 송어·돌고기 등에선 기생충이 발견될 수가 있어요. 가급적이면 어느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알 수 없는 민물고기, 민물가재는 완전히 익혀 먹는 게 가장 좋아요. 우리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양식산은 깨끗한 양식 환경에서 관리되어 식탁에 올라오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괜찮죠.”
크기가 매우 작아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볼 수 있는 기생충도 많다. 현미경을 통해 편충 충란을 보고 있는 최수혁 학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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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말라리아에 대해서도 알아봤어요. 지우 학생모델이 빈대와 말라리아도 기생충의 일종이냐고 질문했습니다. “네, 맞아요. 빈대는 사람 몸에 붙어서 피를 빨아 먹고 살잖아요. 말라리아는 병 이름인데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말라리아 원충은 모기에 의해 전파되죠. 둘 다 기생충의 한 종류죠.” 말라리아는 과거 ‘학질’로도 불리었는데, 학질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를 비롯한 각종 고문서에 많이 기록되어 있다고 해요. 말라리아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선정한 우선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지금도 꾸준히 관리하고 있죠. 2022년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말라리아 환자는 2억4700만 명으로 그중 95%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으며, 말라리아 사망자는 61만9000명으로 그중 5세 미만 사망자가 76%를 차지합니다.
조충 폭은 1㎝를 넘지 않지만, 마디마디 나눠진 편절을 갖고 있고, 크게는 12m까지도 자란다. 조충의 길이를 체험할 수 있는 포토존에 선 서지안 학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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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안 학생기자가 기후변화와 기생충의 관련에 대해 궁금해했죠. “대부분의 기생충은 따뜻한 곳에서 많이 활동해요. 따뜻할 때 더 많이 번식하고 활동해서 기후가 변화할수록 다양한 기생충병이 많이 늘어날 거예요.” 최근 모기가 늘어난 이유도 기후변화 때문인데요. 모기와 모기 안에 있는 바이러스·기생충들은 따뜻한 환경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오래 살 수 있어서 덥고 습한 환경을 좋아해요.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의 온도가 점점 높아지면, 모기와 모기 속의 각종 바이러스가 살아가기 좋은 환경이 되고, 그동안 우리나라에 살고 있지 않았던 아열대성 모기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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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도움 되는 기생충 연구
기생충학자로 변신해 다른 동물이나 물체에 달라붙기 위한 기관인 흡반을 가진 흡충류의 전자현미경 사진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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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라고 하면 반드시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는 인식이 크지만, 기생충을 이용해 면역체계를 조절하여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 개발이 이루어지는 등 기생충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페니실린이 개발되기 전 매독은 불치의 병이었는데요. 1917년 한 정신과 의사는 매독균이 고온에 약하다는 점을 이용해 뇌매독 환자에게 인공적으로 말라리아 원충을 감염시켜 고열이 나게 함으로써 치료에 성공했죠. 이는 말라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구충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기생충에 속하지만 기관지 천식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죠. 장 내에 구충·회충 등 기생충을 가진 사람이 기생충을 가지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천식이 일어나는 빈도가 유의하게 낮기 때문인데 이는 역학적으로도 여러 차례 증명되었어요.
이 밖에 돼지에 기생하는 돼지편충의 알을 사람에게 감염시킬 경우 사람의 몸에서 성충으로 번식하거나 살 수 없어 2주 정도만 기생하게 되는데, 이때 사람의 몸은 방어를 위해 면역체계를 조절하게 됩니다. 이 면역체계 조절은 크론병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태국에서는 돼지편충란을 치료제로 시판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당뇨병·류마티스관절염 등의 치료를 염두에 둔 실험이 진행되고 있죠. 또 기생충이 항암이나 자폐증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보고도 나오는 등 다양한 활용이 기대되는 만큼 활발한 기생충 연구가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기생충박물관 수장고를 취재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프레파라트와 포르말린이 채워진 유리병 속 기생충 등을 살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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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은 마지막으로 기생충박물관 수장고로 향해 다양한 기생충들을 만났어요. 온습도가 적절하게 유지돼 서늘한 수장고에서 프레파라트와 포르말린이 채워진 유리병 속 기생충, 뱀·민물가재·어류 등의 중간 숙주, 심장사상충에 걸린 강아지 심장도 살펴봤죠. 지금은 쓰지 않는 슬라이드 필름과 현미경까지 살펴보니 기생충학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2024년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국 기생충의 역사는 끝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국가 간 이동이 늘어나고, 새로운 기생충이나 열대 질환의 유입도 늘고 있어 보건 위생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하죠. 이 학예사가 “기생충은 가장 기초적인 의학이고, 기생충으로부터 생기는 병이 많으니 미리 알고 예방해야 더 큰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며 기생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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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서지안 학생기자·손지우 학생모델·최수혁(맨 왼쪽에서 시계방향) 학생기자가 기생충박물관을 찾아 오랜 시간 인류와 생사를 함께해온 기생충의 세계를 탐험하며 보건위생의 중요성을 알아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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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기생충이 사람의 영양분을 빼앗고 여러 질병에 걸리게 하니까 나쁘고 폐만 끼치는 존재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기생충이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예전에 우리나라는 ‘기생충 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이 기생충에 감염이 되었었다고 해요. 현재 감염률이 낮아질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사람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이 서병설 박사님입니다. “소의(小醫)는 병을 고치는 의사이고, 중의(中醫)는 사람을 고치는 의사, 대의(大醫)는 사회를 고치는 의사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해요. 박사님이 ‘대의’가 되고자 한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가 깨끗해지고 기생충 예방에 관해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로 바뀔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기생충에 감염되는 일이 별로 없어서 기생충 예방을 위해 많은 사람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잊히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기생충 예방의 중요성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 서지안(서울 잠일초 5) 학생기자
우리나라에 기생충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이번 취재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기생충에 대해 찾아보고 떠올려 봤을 때 처음에는 무섭고, 두려웠죠. 하지만 기생충박물관을 방문해 보니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기생충도 있지만, 도움이 되는 기생충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기생충을 잘 연구하면 질병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니 신기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기생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죠. 소중 독자 여러분도 한 번 방문해 보세요.
- 손지우(경기도 모당초 5) 학생모델
첫 취재여서 긴장했는데 다양한 것을 알게 되어 즐거웠죠. 기생충은 그냥 몸속에 있는 벌레라고만 생각했는데 모기나 빈대 같은 것도 기생충이라는 걸 알았어요. 기생충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서 징그럽기도 했지만 신기했죠. 몇 미터까지 자랄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어요. 옛날 우리나라는 농사를 지을 때 논밭에 인분을 거름으로 줘서 ‘기생충 왕국’이라고 할 정도로 기생충 감염자가 많았는데 화학농약을 뿌리기 시작하면서 기생충 감염자가 많이 줄어들었대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농약을 안 뿌린 채소를 선호하면서 다시 기생충 감염자가 늘고 있다고 하니 여러분도 구충제를 1년에 한 번 정도 드세요.
- 최수혁(서울 한서초 4)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기생충박물관, 동행취재=서지안(서울 잠일초 5) 학생기자·손지우(경기도 모당초 5) 학생모델·최수혁(서울 한서초 4) 학생기자, 자료=기생충박물관·『우리 몸의 기생충 적인가 친구인가』(자유아카데미)·『구충록』(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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