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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293조원 시장 굴러온다…K기업 ‘전기차 바퀴’로 전력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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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티스테이션 서초점. 이른 아침부터 붐비더니 수직 리프트 3대가 금세 찼다. 파란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들도 적지 않았는데, 이날 오전 이곳 방문 차량 9대 중 2대는 전기차였다. 김호선 한국타이어 티스테이션 운영지원 파트장은 “지난해 말부터 타이어를 교체하러 오는 전기차가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전기차 판매는 주춤하지만, 전기차 타이어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2~3년 전 판매량이 확 늘어난 전기차에 타이어 교체 주기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2022년 전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는 1725만7000대다. 타이어 교체 주기가 보통 2~3년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교체 대상 전기차 타이어는 단순 계산으로만 약 7000만개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타이어 시장 규모가 올해 629억1000만 달러(약 86조482억원)로 커질 것”이라며 “이후 연평균 16.5%씩 성장해 2032년 2141억9000만 달러(약 292조9262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8년 동안 약 3.4배 성장한다는 관측이다.

전기차 주행에 최적화된 전기차 타이어는 기능·소재 면에서 내연차 타이어와 차이가 크다. 박기석 넥센타이어 기술연구소 연구기획 담당은 “전기차는 200㎏ 이상 무게를 차지하는 배터리 때문에 내연차보다 20% 이상 무거워 내구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담당은 이어 “전기차는 높은 토크(바퀴를 회전시키는 힘)를 내기 때문에 출발·가속 시점에 타이어가 상당히 마모된다”고 설명했다. 또 전기차는 다른 소음이 적은 대신 타이어 마찰음은 내연차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어 타이어에 특수한 흡음 성분을 추가하기도 한다. 주행 거리를 늘리는 기술도 다양하게 반영한다. 이렇게 연구개발에 더 투자된 만큼 전기차용 타이어값은 일반 타이어보다 15~30% 더 비싸다.

국내 타이어 제조사들은 전기차 타이어를 게임의 룰을 바꿀 기회로 보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타이어 시장은 1위 미쉐린 등 해외 브랜드가 우위를 점해왔고, 한국타이어가 7위, 금호타이어 15위, 넥센타이어 20위 순이다. 하지만 신기술이 필요한 전기차 타이어 분야에선 국내 타이어 기업이 앞서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쉐린 등 글로벌 타이어 기업은 진동·소음 관리 기술 면에선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 “한국산 타이어는 상대적으로 균형 있는 성능을 갖춰 전기차 타이어에 더 적합하단 평가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일찌감치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022년 5월 세계 최초로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온(iON)’을, 금호타이어는 지난 3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이노뷔(EnnoV)’를 선보였다. 글로벌 타이어 시장에서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출시한 기업은 이 두 곳이 유일하다.

한편 국내 타이어 3사는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한국타이어는 매출 2조1273억원, 영업이익 3987억원으로 역대 1분기 중 영업이익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호타이어도 올해 1분기 매출(1조445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4.6% 늘고, 영업이익(1456억원)도 같은 기간 167% 성장했다. 넥센타이어는 매출 67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성장, 영업이익 416억원으로 같은 기간 157.3% 성장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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