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NW리포트] 소외된 빌라 시장 어떻길래…회복 전망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웨이

[DB 물가, 금리, 주택, 주택담보대출, 아파트, 빌라, 부동산, 재개발, 공사, 주택, 철근, 공사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지난해부터 불거진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빌라 수요와 공급의 핵심인 임대차 시장이 무너져 단기간 내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12일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1분기 전체 주택 매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16.8% 늘면서 반등했다. 1분기 기준 주택 매매량은 13만9340건으로 이 가운데 아파트는 전년 동기 대비 19.9% 증가한 10만5677건으로 집계됐다. 비(非)아파트는 3만366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소폭 상승했다. 아파트 거래량 증가에 비해 빌라 거래량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빌라는 거래량 침체와 함께 가격 내림세도 지속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집계한 빌라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7월 이후 하락추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10월 소폭 상승했으나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다시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전세시장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전체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총 12만3669건, 이 중 전세거래는 5만7997건, 월세는 6만5672건이다. 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6.9%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매년 1분기 기준)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서울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세비중은 최근 4년(2020~2023년)째 하락세다. 연도별로 ▲2020년 61.6% ▲2021년 58.0% ▲2022년 50.3% ▲2023년 47.6%로 점차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1분기 서울 빌라와 단독주택의 전월세 거래량은 6만6170건인데 이 중 전세는 2만4002건에 그쳤다. 전세비중이 36.3%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는 전세사기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빌라 전세기피 현상이 생겨서다. 빌라 월세를 고집하는 수요자가 많아지면서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깡통전세 우려도 여전하다. 부동산원 임대차 사이렌에 따르면 빌라 전세가율은 재차 오르고 있다. 전국 빌라 기준 최근 3개월 전세가율은 71.6%로, 1월 70.9%와 비교해 0.07%포인트(p) 올랐다. 전셋값 내림세보다 매맷값 낙폭이 더 커지면서 전세가율이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빌라는 아파트의 대체재로 실거주와 소유의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임대를 기반으로 한 투자 목적이 더 강한 주택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며 "전세 사기 등으로 빌라 전세 시장이 무너지고 월세로 재편되면서 전세와 매매가격이 함께 하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매매시장 선행 지표인 경매시장에서도 빌라 기피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경·공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에 부쳐진 빌라의 낙찰률은 15%에 그쳤다. 일례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빌라는 감정가(2억8900만원) 8.6%에 불과한 2482만5000원에 경매가 진행됐지만 응찰자가 없어 13번째 유찰을 기록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비아파트 전세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서민층 주거사다리 역할을 했던 빌라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며 "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무주택자 주거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책을 통한 비아파트 가격 반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금리에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세입자를 찾기 어려워 섣불리 투자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소규모 정비사업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지만 일부 서울 상급 입지를 제외하곤 비아파트 매매거래가 늘어나긴 어렵다"며 "지방은 신축 미분양 해소도 어려워 소규모 정비사업이 활성화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오피스텔, 빌라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한다면 결국 임대 가격 상승을 부추겨 청년·서민층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예전에는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을 거란 신뢰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빌라의 경우 전세 사기 우려로 아파트 보다 전세가율이 더 높은 불안한 상황"이라며 "믿음이 회복돼야 수요자들이 전세를 찾고, 분양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주택업자들이 공급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현철 기자 jhchul37@

저작권자(c)뉴스웨이(www.newsw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