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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치매진단 기업, '글로벌 12조원' 시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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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홍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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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이 치매 진단키트와 혈액 바이오마커 발굴을 통한 치매 진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뇌척수액 검사 등 기존 진단법 대비 비용이 저렴하고 비침습적인 검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내세우면서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그간 치매는 난공불락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치료제 하나 없었다. 지난 2021년 조건부 승인된 첫 번째 치매 치료제 '아두헬름'은 효과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며 시장에서 퇴출됐고, 지난해 승인된 '레켐비'가 사실상 최초의 치매 치료제로 여겨진다.

세 번째 치매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은 올해 1분기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현재 TRAILBLAZER-ALZ 2 임상시험(NCT04437511) 설계를 검토하기 위한 자문위원회 회의가 6월 10일(현지시각)로 잡히며 출시가 연기된 상황이다.

FDA가 회의를 통해 논의할 핵심 사항은 시험의 독특한 설계, 특히 타우 단백질 수치에 따라 환자를 선정한 방법에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나네맙 임상시험에 등록하려면 환자는 타우 PET 스캔에서 타우 단백질 단계(staging) 등 특정 기준을 충족해야 했는데, 연구는 참가자들을 질병 진행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인 타우 수치에 따라 중간 수준과 높은 수준으로 나눠 분석했다. 임상시험 데이터에 따르면 타우 수치가 낮을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RAILBLAZER-ALZ 2 임상시험의 핵심은 타우 검사를 통해 환자들을 계층화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타우 수준에 따른 치료제 효과를 살필 수 있었기 때문에 향후 타우 검사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 예측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AAIC 2023 현장에서 도나네맙의 임상3상 탑라인 결과가 발표될 때부터 타우 검사의 중요성에 대한 질문은 꾸준히 나왔다.

당시 마크 민툰(Mark Mintun) 일라이 릴리 신경과학 R&D 부사장은 발표 현장에서 "타우 검사는 유용할 수 있지만 필수적인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지만, FDA 승인 방향에 따라 약제 사용 전 타우 검사는 필수 단계가 될 수도 있다. 설령 의무화되지 않더라도 앞으로 타우 검사는 바이오마커로 중요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타우 단백질 수준을 관찰하는 PET 스캔은 스캔 1회당 수천 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는 것이다. 한화로 치면 검사당 수백만 원에 이르는 부담이다. 이에 타우와 기타 바이오마커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이 여러 기업에서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특히 가장 먼저 상용화되고 있는 분야가 진단용 혈액검사 키트다.

도나네맙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는 지난 4월 로슈와 협력해 개발한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테스트인 '일렉시스 포스포-타우 217'(Elecsys Phospho-Tau 217, pTau217)은 FDA에게 획기적인 기기로 지정받기도 했다.

pTau217은 다른 임상 평가와 함께 사용할 때 60세 이상 성인의 알츠하이머를 진단하기 위한 선별 테스트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석 방법이다. pTau217 분석법을 사용하면 60세 이상 개인의 혈장에서 포스포-타우 단백질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타우 기반 혈액 검사를 개발하는 다른 대표적인 회사로는 선버드 바이오(Sunbird Bio)가 있다. 이 회사의 APEX 플랫폼은 혈액에서 세포외소포(EV) 결합 타우 단백질을 감지하는 진단 시스템이다. 혈액 검사의 문제점 중 하나는 응집된 단백질이 EV에 달라붙으면 일부만 혈액-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 혈액 검사에서 이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썬버드는 연구 결과 자사 플랫폼이 뇌의 타우 단백질 덩어리를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으며, 뇌 EV에 결합된 타우에 대해 AUC(곡선 아래 면적)가 0.93으로 높은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도 치매 진단키트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장 앞서 나간 곳은 피플바이오다. 피플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혈액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인 '알츠온'을 개발했다.

알츠온은 피플바이오에서 개발한 혈액 검사 키트로, 혈액 내 베타-아밀로이드(Aβ)의 올리고머화(OAβ) 정도를 측정한다. 올리고머는 여러 개의 Aβ 단백질이 모여 형성된 물질로,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온 테스트 비용은 회당 10만원 정도로 다른 진단 기술 대비 저렴하다. 고가의 분석 장비도 필요 없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고, 2021년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아 2022년 검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약처 품목허가용 임상 시험 결과, 민감도(질병 있는 사람이 검사받았을 때 양성일 확률)는 100%, 특이도(질병 없는 사람이 검사받았을 때 음성일 확률)는 92.3%였다.

알츠온은 이미 상용화돼 국내에서는 상급 종합병원과 검진센터, 병·의원급 등 지난해 기준 전국 600여개 의료기관이 진단키트를 공급받고 있다.

신규 혈액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치매 진단과 치료제 양측에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면역 혁신신약개발 바이오기업 샤페론은 '알츠하이머 협회 국제 컨퍼런스(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 AAIC 2024)'에 참가해 '치매 치료제 누세린 관련 혈액 바이오마커'를 발표할 예정이다.

샤페론 관계자는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은 PET와 뇌척수액 검사에 의존해왔으나, 이러한 방법은 침습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어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며 "혈액 바이오마커는 비교적 비침습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샤페론이 발굴한 신규 혈액 바이오마커는 진단뿐 아니라 치료 효과 평가 바이오마커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방사성 진단 의약품 기업인 퓨쳐켐도 치매 치료제 개발의 수혜사로 여겨진다.

퓨쳐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임상, 임상시험 등을 거쳐 품목허가를 취득한 방사성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알츠하이며 치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인 '알자뷰'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로 여겨지는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를 타깃한다.

알자뷰는 2018년 터키의 몰텍(Moltek)과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했고, 2022년 일라이릴리 계열사 아비드와 치매진단을 위한 임상시험용 방사성의약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윤소영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베타-아밀로이드 타깃 진단약물에 대한 성장이 기대된다"며 "'레켐비'와 '도나네맙'의 국내 출시가 확정되면 퓨쳐켐이 보유 중인 알츠하이머 진단제 '알자뷰'와 CMO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 리서치 퓨처(Market Research Future)에 따르면, 글로벌 치매 진단시장은 연평균(CAGR) 8.9% 성장해 2023년 45억달러(약 6조1407억원)에서 2032년 88억달러(약 12조85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들어 알츠하이머 협회는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에 대한 적절한 활용을 권고하기 시작했다"며 "2023년 알츠하이머 치료제 출시에 따라 PET-CT와 CSF 검사의 대안으로서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가) 활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병현 기자 bot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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