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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중국, 유럽서 활로 찾나… 시진핑 유럽 3개국 순방 의미는 [차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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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년 만의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복귀했다. 프랑스·세르비아·헝가리를 차례로 방문한 이번 순방은 평소 중국과 사이가 가까운 유럽 국가와의 우의를 다지는 동시에 미국 주도의 ‘대(對)중국 제재 연대’에 균열을 내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견제를 위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단일대오 의지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프랑스, 마크롱 ‘마음의 고향’서 習 환대

첫 순방지로 프랑스를 택한 시 주석은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용해 제3국을 비방하거나 신냉전을 부추기는 것에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중국과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분쟁 이슈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항구적이고 보편적이며 안전한 세계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AFP 통신,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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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공동성명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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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이어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함께 인정하고 동등하게 참여하며 균형 잡힌 논의를 가능하게 할 국제 평화회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6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 회의에 러시아가 불참하는 만큼 중국 역시 참석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중국과 EU 간 무역 갈등에 대해서는 “무역 문제의 정치화, 이데올로기화, 범 세계화에 반대한다”며 양국이 서로 경제, 무역 협력의 핵심 파트너가 되길 기대한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이어 “양국은 상호 이익을 옹호하고, 탈동조화(디커플링)와 산업 및 공급망 교란 행위에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무역 이슈에 대해 “EU의 무역 정책은 긴장을 조성하려는 의지가 아니다”라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중국에 더 많은 농산물을 수출하기를 희망함과 동시에 중국에 대한 시장 개방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튿날인 7일 시 주석 부부를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이 담긴 프랑스 남서부 오트피에네의 콜 뒤 투르말레로 초대하며 친교를 이어갔다. 해발고도 2000m의 이 마을은 마크롱 대통령의 외할머니가 생전 거주한 곳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어릴 적 휴가를 보내러 종종 방문한 곳이다. 이 자리에서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시 주석에게 “에마뉘엘(마크롱 대통령)이 아끼는 이곳에서 해외 손님을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약 1900km 떨어진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의 쑹위안에 마크롱 대통령을 초청한 것에 대한 답례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쑹위안은 시 주석의 선친인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가 광둥성에서 성장, 당서기를 역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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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의 국빈 만찬에 초청된 프랑스 영화감독 뤼크 베송(왼쪽)이 시 주석과 악수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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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맺어진 우정’ 세르비아서도 우호 과시

유럽 내 대표적인 친중 국가인 세르비아를 찾은 시 주석은 8일 베오그라드 대통령궁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마친 뒤 “우리는 미래를 공유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 주석은 세르비아 일간지 폴리티카에 기고문을 게재하고 “25년 전 오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중국대사관을 무차별 폭격해 중국 기자 3명이 숨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인들은 평화를 소중히 여기지만 결코 역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소보 전쟁 때인 1999년 나토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를 폭격하는 과정에서 중국대사관이 피해를 입어 중국 기자들이 사망한 점을 되새긴 것이다. 당시 나토 공습을 주도한 미국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실수였다고 사과했지만 중국인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시 주석은 중국대사관 피폭 25주년인 7일에 맞춰 세르비아 방문일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피로 맺어진 중국과 세르비아 인민의 우정은 양국 인민의 공통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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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베오그라드에서 대통령궁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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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은 8일 법률, 규제 및 경제 협력을 촉진하는 29개 협정을 체결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과 세르비아의 자유무역협정(FTA)이 7월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중국이 2020년 이후 세르비아의 최대 투자국으로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투자가 30배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과의 FTA가 7월부터 발효되면 향후 5∼10년간 세르비아 제품의 95%를 무관세 수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헝가리와 ‘전천후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격상

시 주석은 마지막 순방지인 헝가리에서 9일 오르반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은 전천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가 되어 협력 수준을 더 높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에너지와 인프라 등 18개 분야에서 협정을 체결하고 긴밀하게 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업 내용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철도와 도로 인프라 건설, 원자력 에너지, 자동차 산업 등 분야에서 기존의 양국 협력 사업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에 투자하는 중국 기업에 공정한 조건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시 주석은 자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헝가리의 경제개방 전략이 매우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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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9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산도르궁에서 슈요크 타마시 헝가리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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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뿐 아니라 안보·외교 분야에서도 두 정상은 공감대를 드러냈다.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과 관련해 “즉각적인 휴전과 평화 회담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하며, 따라서 시 주석이 제시한 중국의 평화 계획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은 각국 주권과 독립, 영토 완전성 보장, 유엔헌장 취지 준수, 냉전사고 버리기,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존중 등 12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휴전을 촉구하지만 러시아군의 점령지 철수를 요구하지는 않는 취지로, 서방이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삼는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오르반 총리는 “중국은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 기둥 같은 국가”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시 주석은 헝가리가 중국과 유럽연합(EU)과 관계 증진에 있어서 EU 내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EU 회원국임에도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헝가리는 중국과 여러 방면에서 밀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EU 지도자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과 일대일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은 최근 몇 년간 헝가리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차이나우는 ‘중국’(차이나·China)과 ‘지금’(나우·Now)을 합친 제목입니다. 현지에서 중국의 최신 소식을 생생하고 심도있게 전하겠습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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