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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90년대보다 4배 많은 경제 제재…자유 질서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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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보조금 전쟁…자본 흐름도 분열

WTO, IMF 등 국제기구 역할도 정체

뉴시스

[콘웨이(펜실베이니아주)=AP/뉴시스] 최근 국제 경제가 언뜻 보기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 간 각종 경제 제재와 국제기구들의 기능 마비 등으로 인해 자유주의 경제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사진은 미국 펜실베니아주 콘웨이 노퍽서던의 콘웨이 터미널에 화물 열차들이 정차해 있는 모습. 202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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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현호 기자 = 최근 국제 경제가 언뜻 보기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 간 경제 제재와 국제기구들의 기능 마비 등으로 인해 자유주의 경제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9일(현지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최근 국제 경제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 경제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도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독일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타격을 거의 입지 않았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오일 쇼크를 불러오지 않았으며, 홍해에서 선박들을 향해 위협을 가하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은 전 세계 상품 흐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무역 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여왔으며, 올해도 탄탄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취약성을 발견할 수 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를 지배해 온 질서가 수년 간 침식돼 붕괴 직전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최근 전 세계적인 경제 제재는 1990년대보다 4배나 많다고 한다. 지난 1일에도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방위산업에 투입할 물자를 획득하도록 도운 제3국의 기업·개인, 러시아 군수산업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에 관련된 개인·기관 등 총 300개 이상의 대상을 신규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그외에도 각 국가는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과 중국을 모방하며 보조금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달러가 여전히 지배적이긴 하지만 글로벌 자본 흐름은 분열되기 시작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언급했다.

기존 경제 시스템을 보호하던 기관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내년에 30주년을 맞는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의 외면으로 인해 5년 이상 정체된 상태다. WTO에서 중국과의 분쟁 해결 절차를 진행 중인 미국은 지난달 말 중재 패널의 공석을 채우는 통상적인 과정에서조차 75회 연속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외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친환경 의제와 금융 안정성 보장 사이에서 정체성 위기에 봉착해 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마비됐다고도 이코노미스트는 언급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같은 초국가적 법원은 전쟁 당사국들에 의해 점점 더 무력화되고 있다. 지난달 미치 맥코넬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미국 정치인들은 ICJ가 남아공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학살 혐의 제소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그 손실은 생각보다 매우 심각할 것이라면서, 전 세계가 무정부 상태의 무질서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뢰와 협력을 위한 제도적 틀이 없다면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 군비 경쟁 억제부터 우주 협력까지 눈앞에 놓인 각종 과제들에 대처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wrcman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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