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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尹 취임 2주년] '고물가·내수부진' 민생경제 시름…나라살림은 '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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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세지만 고물가·고금리 부담
세수 부족 속 재원 빨간불
"재정 불안 해소·정책 추진 의지 보여야"


더팩트

윤석열 정부는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와 민생 안정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약속했지만 고물가, 고금리 부담은 여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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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집권 2년차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경제와 민생 위기를 살피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3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와 함께 내수부진이 이어지면서 서민경제는 시름이 깊어졌다. 이와 함께 정부가 감세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양극화 심화와 세수 감소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감세 정책 철회 등 국정운영 과정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1분기 깜짝 성장에도 회복세 '물음표'..."근본 체질 개선해야"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3%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도 2%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기자회견 국민보고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의 추세를 잘 유지한다면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도 꿈이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1분기 깜짝 성장은 민간 기여도가 전체를 차지했다. 대통령실은 "경제성장률 대부분이 민간 부문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민간주도의 역동적 성장경로로 복귀했다"고 했다. '윤 노믹스(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인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이 순항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민간에 과하게 의존할 경우 특정 산업 경기에 국가 경제가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4%로, 코로나19와 글로벌 금융위기,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고 최저 수준을 기록했었다. 반도체 불황이 주된 원인이었다. 반면 올해 상반기 경기 회복세는 반도체 업황 훈풍으로 제조업이 증가한 게 결정적이었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반도체나 한국의 주력 산업 몇 개가 사이클이 좋은 쪽으로 왔지만, (이들 산업은) 등락 폭이 워낙 크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수출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지난 20여 년간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었지만 지난해 12월 대미(對美)수출이 대중 수출을 앞서면서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 된 것이다. 지난해 전체 대미 무역수지는 444억7000만 달러(한화 약 61조)였고, 이어 중국(-180억달러)과 일본(-186억달러) 순이었다. 대중 수출은 지난 2월 17개월 만에 '반짝 흑자'를 기록했다가 3월 이후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오는 11월 대선을 기점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될 수 있어 유의할 점으로 꼽힌다.

대중 무역 성적 개선을 위한 종합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 교수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이 문 닫는 경우가 너무 많다. 위기관리 차원에서라도 (대중 무역 관련)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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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들어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 됐다. 대중 무역 수지 개선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2023년2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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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늑장 대응·쌓이는 가계 부채...커지는 양극화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물가를 안정적으로 잡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물가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3%(2022년 7얼)까지 치솟았다가 2.4%(2023년 7월)까지 떨어졌고 최근에는 3%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했던 '2%대 물가'에는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특히 기후 변화 등에 따른 농산물 작황의 어려움 등으로 농·수산물 물가가 급등했다.

서민의 주머니 사정은 더 팍팍해졌다.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지난해 근로자 1인당 355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1.1% 줄었다. 명목임금 인상률(2.5%)보다 소비자물가지수(3.6%)가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다. 이는 2022년(0.2%)에 이어 두 해 연속 감소한 것으로, 실질임금이 연달아 감소한 건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계층 간 가계지출 격차는 더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은 소득 하위 20%는 1년 전보다 0.5% 줄었고, 소득 상위 20%는 8% 늘었다. 취약계층은 고물가에 지갑을 꽉 닫은 것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할당 관세,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등에 나섰지만 대응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동사태까지 발발하며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고유가 우려도 여전하다. 대통령실은 뒤늦게 정책실장이 단장을 맡는 '민생물가 TF'를 출범했다. 물가 2%대를 유지하고 비용·유통·공급구조 및 해외 요인의 파급경로 등 구조적인 물가 안정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고물가와 함께 정부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민생 경제는 타격을 입고 있다. 가계 부채는 지난해 1886조4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1064조를 기록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실물경제로 돈이 돌지 않아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제 성장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영업도 위기다.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5대 시중 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한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3월 기준 1조3000억 원을 넘겨 1년 전보다 37%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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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경한 감세 정책으로 지난해에 이어 대규모 올해도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나라빚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정 건전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은 10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찾아 수산물 가게에서 상인과 대화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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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정책 드라이브로 '건전재정' 빨간불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경제 정책 기조는 '건전재정'이다. 전임 정부가 방만한 재정운영을 했다며, 지출을 효율화하고 재정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를 위해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을 우선 고려할 수 있도록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출범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건정재정'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는다. 부동산세, 법인세 감면 등 각종 감세정책을 추진하면서 세수부족이 심각해진 것이다. 지난해에는 56조4000억 원의 세수 결손과 87조 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재정건전성 판단 기준이 되는 관리재정수지도 올해 3월말 기준 75조3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32.3%)을 늘린 반면 법인세, 소득세 등이 줄면서 국세가 적게 걷힌 탓이다. 확고한 감세 정책이 역대급 세수 펑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시행령을 통해 '감세'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출범 첫날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했고, 유예 조치를 연장했다. 또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하하면서 세 부담을 낮췄다. 이후 법인세 구간별 1%p 인하, 기업의 해외자회사 배당수익 면세, K칩스법(대기업 설비투자시 법인세 추가 감면) 등 기업 감세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올해 들어서는 금융 분야 감세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밝힌 증권거래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대주주 주식 양도세 과세기준상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확대, 상속세 완화까지 이뤄질 경우 감세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감세 정책은 세수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재정 역할이 크게 축소되고 불평등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참여연대는 지난 7일 논평에서 "심화하는 불평등·양극화 문제 해결과 목전에 다가온 기후위기와 인구위기, 디지털 전환 위기 등의 대응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고, 추가적인 재정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세원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도 국정기조 전환을 압박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긴축 재정과 자산소득 감세 정책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내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R&D(연구개발) 대폭 확대, 저출생 대응, 지역·필수의료 등에 예산 집중 투입을 예고한 만큼 필수 지출이 늘어나면서 '세수 결손'에 대한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수 결손을 보완하고, 내수 활성화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재정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 교수는 "다들 지적하는 게 세수 문제인데, (예산 투입을) 해야 할 것을 안 하는 게 작은 데서 굉장히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문화 정책이나 지역 복지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세를 줄인다고 하는 것도 1980년대부터 50년도 넘은 유행인데 (정부의 경제 기조가) 올드 패션"이라며 "자영업자 고통 등을 경감시키는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세수 부족으로) 재정이 어려워진 건 틀림없다. 기업이 잘 살아도 정부, 국민이 가난할 수 있는 상태다. 세수 부족은 국가 부채 증가로 이어진다"며 국고채 이자 지출액이 올해 30조 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 실행 의지나 동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대 재무전공)는 "정치 논리에 함몰이 돼서 경제가 좀 뒤로 밀렸던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인 금투세다. (세수 감소 우려로)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에 대한 굳은 의지가 있다면 뚝심있게 하거나 (정책을 바꾼다면) 잘못했다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거나, 책임의 엄중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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