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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쓰레기 더미 속 세븐틴 앨범, "시장 왜곡" 민희진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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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직후 버려진 세븐틴 앨범 사진 화제

음반 감상 아닌 굿즈·응모권 된 K팝 앨범

팬사인회 가려고 수백만 원 어치 사기도

발매 일주일 판매량(초동) 중심 성과지표

판매 위해 수십차례 행사에 연예인 동원

실물 앨범 플라스틱 쓰레기 계속 늘어나

민희진 "연예인 힘들고 주식 시장도 왜곡"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가 준비했어요.

◆ 조석영> 오늘의 주제. '민희진이 쏘아 올린 K팝 앨범 쓰레기 논란'입니다.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이 남긴 K-POP 산업에 대한 질문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인 앨범 판매 밀어내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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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지난 주말, 일본 SNS에 세븐틴의 새 앨범이 무더기로 버려져 있는 사진이 엄청나게 화제가 됐습니다. 누가 봐도 새것 그대로 버린 느낌이죠. '마음껏 가져가세요.'라는 말도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네티즌이 해당 게시물에 '유감스럽게도 K팝 팬덤에서는 익숙한 장면이다'라고 덧붙였다고 하고요. 한국에서도 예전부터 비슷한 일들이 있었어요. 이런 것들이 회자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소환되는 게 2주 전쯤 있었던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인데요. 거기서 민 대표가 이런 얘길 했어요.

"저는 업계에서 그런 랜덤 카드 만들고 (앨범) 밀어내기 하고 이런 짓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제발 그런 거 없이 좀 해보자. 뉴진스는 사실 그거 안 하고, 밀어내기 저희 안 하거든요. 뉴진스 안 하고 이 성적이 나왔어요. 포토 카드 없이. 그리고 그거 팬들한테 다 부담이 전가돼. 럭키드로우로 소진해야 되지, 팬 사인회 해야 되지, 연예인도 너무 힘들어요."

◇ 채선아> 랜덤 카드, 포토 카드, 앨범 밀어내기, 이런 표현들이 계속 나오는데 이게 앨범이 버려지는 상황과 좀 연관이 되어 있다는 말이네요.

◆ 신혜림>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케이팝 팬들한테는 꽤 오랜 이슈였거든요. 기획사가 친환경적으로 앨범을 만들겠다고 하는 동시에 앨범 구매를 반복적으로 유도하는 기만이 있었다는 식의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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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바로 그 앨범 판매의 구조를 한번 탐구해 보겠습니다. 요즘은 앨범을 사면 온갖 굿즈가 따라옵니다. 포토 카드, 랜덤 카드, 키링 등등 별 게 다 있는데요. 소비자원이 작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개 음반당 평균 굿즈가 7.8개였대요. 포토 카드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굿즈가 있는데 사실 팬 입장에서는 이걸 다 모으고 싶을 수 있잖아요.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케이팝 팬들에게 음반을 구매한 이유가 무엇이냐 물으니까(중복 응답) 음반 수집이 한 80% 가까이 되고요. 굿즈 수집이 52.7% 그리고 이벤트 응모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25.4%였습니다. 음반보다 굿즈가 목적인 사람들은 동일한 음반을 평균적으로 4.1개 구매한다고 하고요. 많게는 90개까지 구매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벤트 응모를 목적으로 앨범을 구매한 소비자는 평균 6.7개를 샀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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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여기서 말하는 이벤트는 팬 사인회 같은 건데요. 팬 사인회는 막 콘서트처럼 티켓 사서 몇만 명, 몇천 명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소규모로 하거든요. 30명, 50명, 이렇게 하는 팬 사인회에 갈 수 있는 응모권을 주는 거예요. 그 응모권이 보통 앨범 한 장에 하나씩 들어있다고 합니다. 응모를 하면 그것 중에 추첨을 해서 뽑는 거예요.

◆ 신혜림> 추첨이 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앨범을 더 많이 사는 거군요?

◆ 조석영> 앨범을 여러 장 사면 응모권이 여러 장 나오니까요. 소비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170만 원 주고 음반을 60장을 산 소비자가 있었던 거예요. 근데 사인회에는 추첨이 안 된 사례도 있습니다.

◇ 채선아> 얘기를 들어보니까 앨범이 사실상 CD가 아니라 굿즈 럭키 박스나 행사 응모권이 된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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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요즘 CD로 음악 듣는 사람이 잘 없잖아요. 소비자원 조사에서는 음악을 음원 스트리밍과 동영상 스트리밍이라고 답한 걸 합하면 83.8%입니다. 거의 다 스트리밍으로 듣는다는 얘기죠. CD로 듣는 사람은 5.7% 정도구요.

◆ 신혜림> 그럼 팬들이 구매한 CD 앨범들은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는 거네요.

◆ 조석영> 팬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얘기예요. '우리의 사랑이 쓰레기가 됐다'고요. 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예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 폐기물이 2017년에는 55톤 정도 됐는데 2022년에 801.5톤이었습니다. 약 14배가 뛰었어요.

그러다보니 기획사를 상대로 친환경 캠페인을 벌이는 '케이팝 포 플래닛' 같은 단체 활동도 주목받고 있어요. 특히 팬들은 앨범을 수십 장씩 구매하더라도 실물 CD는 한 장만 받을 수 있는 일명 '그린 옵션'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하는데 아직 구현은 안됐다고 하네요. 다만 JYP 같은 경우에는 RE-100,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통해서 앨범을 만들겠다는 얘기도 하고 하이브 같은 경우 물에 잘 녹는 종이로 앨범과 포토 카드를 만들겠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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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림> 이건 기만이 아닌가 싶은 게 쓰레기 전체 양을 줄여야 하는 거지 잘 만들어진 쓰레기를 많이 만드는 건 사실 쓸모가 없거든요.

◇ 채선아> 민희진 대표도 이렇게 말했죠. '녹는 종이가 문제냐, 원래 종이는 물에 잘 녹는다' 앨범을 이렇게 많이 사는 게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잖아요.

◆ 조석영> 환경을 100정도 파괴하는 앨범을 100장 팔다가, 50정도 파괴하는 앨범으로 200장 팔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냐는 거죠. 케이팝 산업 관계자들 그리고 이 업계를 오랫동안 들여다본 평론가들, 그리고 팬들까지 업계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케이팝 포 플래닛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 케이팝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 누가 변해야 할까요?' 묻는 질문에 95.6%가 엔터테인먼트사가 변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법적으로 이런저런 규제를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상품 규제라는 게 쉽지 않거든요. 기획사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건데 실제로 기획사가 바꿀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앨범 밀어내기라는 겁니다.

◇ 채선아> 앨범 밀어내기는 또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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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영> 기획사가 앨범을 만들죠. 그 앨범을 만든 기획사가 중간 판매상, 앨범 판매사나 유통사에 발매 초기 물량을 대규모로 납품합니다. 즉 앨범 판매사나 유통사가 앨범 발매 초기에 대량으로 앨범을 구매해 주는 거예요. 그 대신 기획사가 팬 사인회 등 행사를 열어서 그 앨범 판매가 가능하게 도와주는 겁니다.

기획사와 판매·유통사는 윈-윈입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초동 판매량이라는 걸 올릴 수가 있어요. 발매 일주일 안에 앨범이 이만큼 팔렸다는 건데 이게 앨범의 주요 성과 지표입니다. 판매·유통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이 앨범 팔려면 행사가 필요한데 그 행사에 기획사가 연예인을 지원해주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손해를 안 보는 거죠.

문제는 연예인과 팬들입니다. 민희진 대표가 이 문제를 기자회견에서 지적한 거죠. 연예인들이 여러 행사에 동원되면서 너무 힘들어지고, 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응모권이 앨범에 들어있어서 팬들이 앨범 사는 거잖아요. 결국 가수와 팬들은 힘든데 기획사와 판매사는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4개월 동안 70번이 넘는 팬 사인회와 럭키 드로우 (일종의 뽑기 행사)를 했던 그룹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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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아> 이런 관행을 없앨 수 있는 게 기획사고, 특히 대기업들이라는 거죠.

◆ 조석영> 민희진 대표 행보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이 앨범 밀어내기 문제 그리고 저희도 설명해 드린 적 있는 멀티 레이블 문제는 적어도 케이팝 산업의 지금 핵심 문제들이라는 것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많은 언론이 '하이브 대 민희진 갈등이 쏘아 올린 공'이란 타이틀로 케이팝 산업 구조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과연 이번 사태가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채선아> 여기까지 앨범 판매 중심의 케이팝 산업 논란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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