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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강탈야욕' 소뱅과 日 정부의 큰 그림이었나[라인 사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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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네이버-소프뱅크 'AI 동맹', 예정된 서곡?

'라인' 경영권 넘기라는 日…AI 핵심 '데이터' 통제권 둘러싼 이권다툼

지분구조 50:50이지만 소프트뱅크 이사회 주도

뉴시스

【서울=뉴시스】이해진(왼쪽)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오른쪽)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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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은수 오동현 기자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일본판 '알리바바'를 만들려 한다."
지난 2019년 11월 18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재팬의 경영 통합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일본 현지에서 나온 기대감이었다. 현지 언론에서는 손정의 회장이 먼저 네이버에 손을 내밀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2021년 3월에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 A홀딩스를 설립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A홀딩스 초대 공동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았다.

당시 라인은 일본 내 이용자 수가 약 8000만명에 달하고, 인터넷 검색 서비스인 야후 재팬 이용자는 5000만명이었다. 특정한 한 나라에만 기반해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의 판단이 경영 통합의 배경이었다.

2011년 라인을 일본에 출시해 최대 메신저로 키운 주역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현 글로벌 투자 책임자)는 내수 기업 꼬리표를 떼고, 미국과 중국 기업들에 맞설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가 누구보다 절실했다. 그리고 첫 해외 진출 성공 사례인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경영 통합을 통해 일본발 거대 인터넷 기업 신화 쓰기에 도전했다.

양사 경영진은 당장 모바일 메신저와 포털과 결합 시너지를 내고 향후 미국, 중국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인공지능) 기술력에 견줄 수 있는 한일 AI 플랫폼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분명히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혈맹 관계는 끈끈한 듯 보였다. 그러나 손정의 회장은 뼛속부터 장사꾼이었을까. 최근 소프트뱅크는 일본 정부의 물밑 지원을 받으며 네이버로부터 라인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쪼개진 동맹…'라인' 삼키려는 일본의 속내


경영통합을 마친 지난 2021년 이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혈맹 관계에 균열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네이버 블로그에서 IPX(옛 라인프렌즈) 스티커 판매가 종료됐고 9월 네이버페이는 '라인페이'와 연동을 종료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Z홀딩스와 라인, 야후재팬이 합병하며 '라인야후'로 새출발을 했다. 업계에서는 3년간 양사의 시너지 창출이 더디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경영 효율화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라인야후의 대표이사는 라인 출신의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이 맡았다.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Z홀딩스 대표는 라인야후 CPO(최고상품책임자)로 선임, 유일한 라인야후의 한국인 이사회 멤버가 됐다.

하지만 라인야후 새 출발 직후 악재가 터졌다. 지난해 11월 한국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제3자의 부정한 접근이 발생, 일본 라인 이용자의 개인정보 약 44만 건이 유출됐다. 이후 일본 정부의 조사에서 추가 정보 유출이 드러나 피해 규모는 51만 여 건으로 늘어났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이어 라인야후가 마련한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4월 2차 행정지도에 나섰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55만건의 보안 유출을 빌미로 정부가 사기업에 지분 매각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라인'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한 일본 정부의 속셈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특히 세계적으로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일본 국민 메신저인 '라인'을 자국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라인은 일본에 지진이 나면 막중한 역할을 할 만큼 전국민 서비스다. 일본 IT시스템 기술로는 라인과 같은 플랫폼을 만드는 게 역부족인 데다가, AI 기술력에서도 뒤처지고 있어 전국민 데이터가 모여있는 라인 플랫폼이 탐이 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인 사태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건 라인야후의 결산 발표가 진행된 지난 8일이다. 이날 라인야후는 신중호 CPO 직위는 유지시키고 이사회 멤버에서는 제외했다. 라인의 기술 개발은 지속 맡기면서 경영 의사결정 권한은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라인야후 CEO는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청했으며 네이버 위탁을 순차 종료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음날에는 소프트뱅크 CEO가 결산 발표회에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 변화를 협상하고 있다"고 밝히고, "A홀딩스는 이미 소프트뱅크가 지배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분 구조는 50:50이지만 이미 이사회에서 소프트뱅크가 경영권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침묵하던 네이버는 지난 10일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소프트뱅크에 A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네이버가 자율적으로 결정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미온적인 방침만 내놨을 뿐이다.

50:50 지분율, 소프트뱅크에 유리한 이사회…손정의 큰 그림이었나


이번 라인 사태는 예견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본 총무성의 이례적이고 무례한 행정지도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지분을 절반씩 갖는 동맹 자체가 자충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통합법인에 50%씩 지분을 출자했을 당시 향후 경영권 행사 방식과 협상 방식 등에서 내부 마찰이나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동업의 의미라고 하지만, 해외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할 때는 통상 51대49의 지분 비율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경영 통합을 결정했을 때부터 이번 라인 사태를 염두에 둔 소프트뱅크의 큰 그림이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미 A홀딩스 이사회 구성도 소프트뱅크의 지배력이 높았다. 지난 2021년 경영 통합 당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A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지만, 이사회 의장은 공동대표인 미야우치켄 소프트뱅크 사장이 맡았다. 이사회 5명 가운데 3명이 소프트뱅크 측 인사로 꾸려졌다. 라인야후 이사회 멤버도 신중호 CPO가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일본계 IT기업 고위 관계자는 "손정의 회장은 뼛속부터 장사꾼이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계약을 할 때 이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한다. 애초에 라인의 가치가 포털 야후재팬보다 훨씬 큰데 소프트뱅크과 지분을 50%씩 나눠 가진 게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국의 벤처들은 기술만 있으면 장사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해외 기업과 경영통합 시 미국 기업들처럼 유능한 국제 변호사를 써서 계약조항을 꼼꼼히 살피고 최대주주 지분을 뺏기지 않을 조항 등 시나리오별로 독소 조항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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