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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기운 운동장과 갑의 불통: 가맹점주 '법적 단체' 원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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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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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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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1만2429개(2023년)에 달한다. 반면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가맹점사업자단체(이하 가맹점주단체)의 수는 80여개에 불과하다. 전체 브랜드의 1%도 채 되지 않는 수치다. 생업에 바쁜 가맹점주들로선 점주단체를 꾸리고 활동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 설사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했다고 해도 본사와 의미 있는 협상을 진행하는 건 또다른 문제였다. 가맹점주단체가 법적 단체가 아니다 보니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단체의 대표성을 부정하고, 협상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숱했다.

#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가맹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가맹점주단체의 협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법 개정은 과도하다"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 21대 국회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가맹사업법은 어디로 향할까. 우리는 마켓분석 '가맹사업법 개정안 논쟁' 1편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골자와 프랜차이즈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편에선 가맹점주의 주장을 들어봤다.

지난 9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300여명이 국회에 모였다. 이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국회에 모인 건 21대 국회 임기 내에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해 달라고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점주들이 요구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가맹점주사업자 단체 등록제 도입,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 취소 시 청문절차 진행, 가맹본사가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협의 요청 거부 시 제재 조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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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2023년 가맹분야 실태조사’ 결과, ‘가맹본부로부터 불공정행위를 당했다’고 답한 가맹점주는 38.8%에 달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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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대 국회를 시작으로 21대 국회에서만 9개에 달하는 관련 법안이 발의됐을 만큼 가맹사업법 개정은 가맹점주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현행 가맹사업법으로도 가맹점주들은 점주단체를 구성하고, 가맹본부에 가맹계약 관련 협의를 요청할 수 있지만 가맹본부가 점주단체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맹본부의 갑질 문제가 끊임없이 터져나온 것도 이런 법적 미비와 무관치 않다.

사실 '가맹점주단체의 협상력을 강화하자'는 덴 프랜차이즈 업계도 동의한 바 있다. 2017년 가맹본부의 갑질 문제가 임계점을 넘어서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자정실천안'을 발표하고, 점주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대표성 있는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7년이 흐른 지금 프랜차이즈 업계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프랜차이즈 산업을 위축하는 개악改惡"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거다.

■ 관점➊ 가맹점주 = 가맹점주의 생각은 다르다. 언급했듯 가맹점주단체가 있더라도 가맹본부와 의미 있는 협상을 전개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게 그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가맹점주단체 회장을 맡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 점주 A씨의 말을 들어보자. "납품단가 인상 등과 관련해 가맹본부에 수차례 협의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가맹점주단체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가맹본부가 협의에 응할 의무를 강화하는 방법밖엔 없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우려하는 가맹점주단체의 난립과 협의 요청권 남발 역시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업에 종사하는 가맹점주들로선 점주단체 활동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가맹점주단체를 꾸리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1만2429개(2023년 기준)에 달하지만 가맹점주단체는 80여개에 불과하다.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가맹본부가 우려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장치들도 개정안에 담겨 있다. 예컨대 가맹본부의 협의 횟수·주제 등은 향후 시행령을 통해 정하고, 복수의 가맹점주단체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가맹본부는 다수의 가맹점주가 가입한 단체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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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인지 가맹점주들은 되레 법적 가맹점주단체 등록 요건이 까다롭게 정해지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협의 내용'이나 '가맹점주단체 등록 요건' 등은 공정위의 시행령을 통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되레 시행령을 까다롭게 제정해 가맹점주단체가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조차 쉽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위축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가맹점주 측은 반론을 편다. 박승미 위원장은 "가맹점주 역시 자신이 투자하고 운영하는 브랜드에 나쁜 이미지가 생기는 걸 원치 않는다"면서 "결국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대화'를 통해 협의하자는 게 개정안의 취지인 만큼 프랜차이즈 산업이 쪼그라들 우려는 없다"고 꼬집었다.

■ 공은 어디로 =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기 때문인지, 한편에선 "이 개정안이 왜 대두됐는지 짚어볼 때"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건 그만큼 열악한 위치에 놓인 가맹점주들이 많다는 방증이어서다.

이런 실태는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가맹분야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가맹점 1만2000여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가맹본부로부터 불공정행위를 당했다'고 답한 가맹점주는 38.8%에 달했다. 전년(46.3%) 대비 7.5%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가맹점주 10명 중 4명은 가맹본부의 갑질을 경험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가 개선됐다'는 응답률은 76.9%로 전년(84.7%) 대비 되레 하락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고질병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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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협회는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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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추진하는 만큼 21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협회는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결국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생사'는 대통령의 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가맹점주단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직후 수사대상 1호로 갑질 논란을 일으킨 '미스터피자'를 꼽은 바 있다"면서 "프랜차이즈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거부권을 행사하진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의 숙원사업인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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