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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기업&이슈]라인 한일전…굴욕 도화선은 조인트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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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단초된 조인트벤처

이사 수 차등도 네이버 입장에선 '리스크'

소프트뱅크도 고민 깊어져

라인야후 주가 부진…지분매입 비용 부담

외교적·경제적 마찰 우려…日 내에서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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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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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이례적인 압박으로 촉발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라인야후 지분 재조정 문제가 한일 간 갈등 악화로 번질 위기에 놓였다. 두 회사가 2019년 조인트벤처(JV·합작법인) 계약을 맺을 때부터 제기된 라인의 국적 논란이 일본 정부의 국수주의적인 기류와 맞물리면서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 두 회사의 JV계약 체결 이후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를 중심으로 라인과 야후재팬이 통합됐고, 양사 합의로 라인야후가 소프트뱅크의 연결 자회사로 들어간 것이 이번 경영권 분쟁의 단초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와 지분 재조정 협상에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라인야후의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 상태에서 더 많은 지분 매입을 위해 자금을 투입해야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또한 외교·경제적으로도 적성국이 아닌 타국의 기업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지분 재조정 문제와 같은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킬 경우 오히려 해외투자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JV투자로 탄생한 '라인야후'…계약체결 때부터 시작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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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조인트벤처(JV) 계약 체결 당시 지분구조.[이미지출처=라인야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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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과 야후재팬을 통합 운영하기로 하고 JV계약을 체결한 것은 2019년 12월. 통상적으로는 라인과 야후재팬을 그대로 합병한 뒤, 지분을 50:50으로 나누는 절차를 거치면 되지만 당시 라인은 일본과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었고, 야후재팬의 모기업인 Z홀딩스는 일본 증시에만 상장된 기업이라 단순 합병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 사이의 복잡한 지분구조도 해결해야했다. 당시 소프트뱅크가 공개한 양사간 최종 계약서에서 소프트뱅크는 산하 100% 자회사인 시오도메 Z홀딩스를 통해 야후재팬을 간접 지배 중이었다. 시오도메 Z홀딩스는 Z홀딩스 지분의 44.6%를 가진 최대주주였고, 다시 Z홀딩스가 야후재팬을 100% 자회사로 갖고 있는 구조였다. 이에비해 라인은 네이버가 72.6% 지분을 갖고 있어 구조가 단순했다.

결국 양사는 합의 끝에 상대적으로 소액주주 지분이 적은 라인의 지분을 공동매수해 자진 상장폐지시키는 스퀴즈아웃(Squeeze-out) 방식으로 라인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이후 라인을 분할해 JV 주체기업인 A홀딩스와 라인 사업부문으로 쪼갠 뒤, 라인 사업부문과 산하 자회사들은 모두 야후재팬의 모기업인 Z홀딩스 산하로 재편했다. 이에따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50 의결권을 가진 A홀딩스를 지주사로, 그 밑에 중간지주사인 Z홀딩스가 라인과 야후재팬을 100% 자회사로 지배하는 지분구조를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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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Z홀딩스와 라인, 야후재팬 합병 이후 재편된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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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라인과 야후재팬 모두 기존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였던 Z홀딩스 밑으로 들어가게 됐다. 양사는 또한 JV계약 당시 합의를 통해 JV주체인 A홀딩스의 의결권 보유비율을 50:50으로 하는 것을 조건으로 A홀딩스가 소프트뱅크의 연결 자회사가 되는 것에 동의했다. 이와함께 A홀딩스의 이사 인원 5명 중 3명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는 2명을 지명하게 해 이사회에서도 소프트뱅크가 우위를 점하는데 합의했다.

통상적으로 JV 계약 때 의결권을 50:50으로 하면 이익과 책임을 절반씩 나눈다는 의미에서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중대 의사결정 사안이 발생해 양사간 의견 차이가 극명할 경우, 의사결정능력과 신속성이 크게 떨어지는 위험성이 있다. 이로인해 의결권 자체를 아예 51:49로 정해놓거나 이사 수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합의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도 이에따라 이사 숫자를 달리한 것인데, 이러한 차등이 현재 네이버 입장에서 리스크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라인야후 실적·주가 부진한데…소프트뱅크 부담 적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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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측은 지분 재조정 검토를 위해 네이버와 협상 중이라고 하면서도 실제 매입에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라인야후 지분을 오히려 비싼 가격에 사와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9일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는 결산 설명회에서 "라인야후 요청에 따라 보안 거버넌스와 사업전략 관점에서 자본 재검토를 협의 중"이라면서도 "위탁관계를 제로로 하면 자본은 건드리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자본 재검토가 보안 거버넌스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소프트뱅크 내에서도 지분 재조정에 대한 이견들이 충돌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도쿄증시에 상장돼있는 라인야후의 주가는 연초 주당 495.1엔에서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지분매각을 요청한 다음날인 이달 9일에는 362.6엔까지 급락하며 지속적인 하락세다.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네이버에 대한 기술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네이버의 퇴출가능성이 제기되자 주가가 계속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 50%의 가치는 8조~10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만큼 이를 전량, 혹은 일부 매수하는데만도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측은 JV 계약 체결 당시 라인야후 전신인 Z홀딩스의 지분 변경, 혹은 이를 수반한 계약이 성사되기 전엔 반드시 사전에 상대방에게 서면 승낙을 얻도록 제약하는 조항을 넣었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할 때 네이버가 현재 시가보다 지분을 더 비싼 가격에 매입할 것을 요구하면 소프트뱅크는 이를 받아들여야 지분 변경에 대한 승낙을 얻을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소프트뱅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소프트뱅크 입장에서 지분 추가 매입에 메리트가 보이지 않는다"며 "기술적인 재발 방지책을 만들 수 있다면, 자본 관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외교·해외투자 실리 위축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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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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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에서도 일본 정부의 이례적인 행정지도가 오히려 실리를 해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의 기술력이 아직 절실히 필요한 라인야후 입장에서 갑자기 네이버와의 연계가 끊어지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만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사토 이치로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라인야후가 기술 혁신을 추진했지만, 네이버와의 기술력 차이가 아직 크다. 이는 1년이나 2년 정도로 메울 수 없는 수준"이라며 "자본 관계가 변하더라도 네이버에 기술을 의존하는 구도는 한동안 바뀌지 않고 본질적인 해결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적성국이 아닌 같은 우호국의 기업에 대해 부당한 간섭을 하는 것도 외교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틱톡 금지법안의 경우 중국이 먼저 구글과 유튜브,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의 활동을 차단·제재한 이후에 시작된만큼, 상호주의에 입각한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 라인야후 논란은 일본 정부의 명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은 적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일전에 있었던 미국정부의 중국 틱톡 강제매각 논란과는 결이 다르다"며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서버와 네트워크, 인증시스템 등을 순차적으로 분리할 계획이라 밝혔으므로 행정지도의 목적인 보안을 분리하는 차원에서 일이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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