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정회원 가입 긍정적 재검토 해야" 권고…이스라엘 "부끄러운 일" 반발
유엔총회, 팔레스타인 정회원 가입 긍정 검토 권고 결의 채택 |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유엔 총회가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긍정적으로 재고하라고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권고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또한 팔레스타인에 유엔 총회 회의나 각종 유엔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예외적인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유엔 총회는 이날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특별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전체 193개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143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했고, 미국, 이스라엘을 포함한 9개국이 반대했다. 25개국은 기권했다.
유엔 총회는 이날 채택한 결의에서 팔레스타인이 유엔 헌장에 따라 정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결정(determine)했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안보리가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 안건을 긍정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안보리는 지난달 18일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유엔총회에 추천하는 결의안을 놓고 표결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바 있다.
유엔 총회는 또 이날 결의를 통해 팔레스타인이 오는 9월부터 유엔 총회 회의와 유엔 기구가 주최하는 각종 회의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예외적인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및 중동 문제 의제가 아니더라도 회의장에 공식적으로 자리를 확보하고 각종 이슈에서 발언할 권리를 얻게 된다.
또한 유엔 총회 산하 각종 위원회에 팔레스타인 유엔대표부 외교관이 선출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권리도 갖게 된다.
다만, 정회원국과 같은 투표권은 여전히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총회 결의는 이 같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우가 예외에 기반하며 선례가 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비록 정회원국은 아니지만 현 옵서버 국가인 팔레스타인의 유엔 내 지위를 정회원국에 준해 승격해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총회 회의장 |
유엔 정회원국이 되려면 안보리와 총회의 동의를 모두 거쳐야 한다.
우선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최소 9개 이사국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도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안보리를 통과한 뒤에는 유엔 총회에서 전체 회원국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7개월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은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재추진해왔다.
팔레스타인은 2011년에도 독립국 지위를 얻기 위해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신청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팔레스타인은 이듬해인 2012년 유엔 총회에서 옵서버 단체(entity)에서 옵서버 국가(state)로 승격해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유엔총회 발언하는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 |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날 총회 표결에 앞서 "우리는 평화와 자유를 원한다"며 "찬성투표는 팔레스타인의 존립에 투표하는 것이면서 다른 국가의 존립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반면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표결 전 발언에서 "여러분 중 많은 수가 '유대인 혐오'를 하는 이상 여러분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아니라는 점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외치며 연단에서 총회의 안건 표결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소형 문서파쇄기로 유엔 헌장 사본을 파쇄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회원국 요건을 규정한 유엔 헌장 제4조는 가입 요건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일 것을 규정하는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에르단 대사는 앞서 미국 현행법이 국제적으로 국가로 인정되지 않는 단체에 정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유엔과 산하 조직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는 점을 들어 미국이 유엔 및 산하 기구에 재정 지원을 중단해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엔헌장 사본을 문서파쇄기로 파쇄하는 이스라엘 대사 |
한편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결의 채택 후 발언에서 "우리의 (반대) 투표는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반대하는 입장을 반영한 게 아니다"라며 "국가 지위는 오직 당사국 간 직접 협상을 포함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달 안보리 표결에서도 팔레스타인 정회원국 가입에 찬성표를 던진 데 이어 이날 표결에서도 찬성 의사를 표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표결 후 발언에서 "우리는 미래에 적절한 시점이 오면 팔레스타인이 유엔 헌장에 따라 정회원국으로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는 '2국가 해법'과 평화 지속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한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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