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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정부 "외국의사 당장 투입 안해" 진화…의협 "검증 안된 의사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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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만일의 사태 대비 위한 선제적 조치 근거 마련"

의협회장 "외국의대, 돈 있고 지적능력 안되는 사람 들어가"

뉴스1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4.5.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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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보건의료 재난 위기 상황에서 외국 의사면허 소지자를 국내 의료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당장은 투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보완적인 조치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외국 의대에 들어가는 사람은 돈은 있지만 지적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0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열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보완적인 조치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에 대한 의료보호 체계를 최대한 확대하고 비상진료체계의 저변을 다지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에 이르렀을 경우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심각' 단계의 위기 경보가 발령된 경우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도 별도의 국내 의사시험 통과 절차 없이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의료계는 "의료의 질을 떨어트리는 정책으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같은 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헝가리, 우즈베키스탄 의대가 있는데 이곳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돈은 있고, 지적 능력이 안된다"면서 "국가고시를 통과할 확률도 재수, 삼수해도 33%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렇게 질적으로 검증이 안된 의사들을 수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본인들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큰 병원에 가서 언제든 치료를 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의 주장대로 해외 의대 졸업자가 국내 의사면허를 취득하려면 복지부가 인정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현지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국내 의사 예비시험과 국가시험을 순차적으로 통과해야 하지만, 시험에 통과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외국의대 의사국가고시 예비시험 통과 현황' 및 '외국 의과대학 졸업자 국내 의사국가고시 응시 및 합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5~2023년 외국의대 졸업자의 한국 의사 예비시험 합격률은 55.42%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예비시험 불합격 인원을 살펴보면 헝가리 의대 출신 응시자 189명 가운데 79명이 불합격했다. 우즈베키스탄은 71명 중 40명이, 미국은 23명 중 16명이, 독일은 21명 중 9명이, 호주는 18명 중 7명이 불합격했다.

예비시험에서 합격한 뒤 의사 국가시험을 통과해 최종적으로 국내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비율은 41.4%로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1991년부터 지난 4월까지 외국 의대 출신 국내 의사 국가시험 합격자 수는 총 422명이다.

의료계는 국내 의사 시험을 응시하는 해외 의대 졸업생은 대부분 외국인이 아닌 국내 의대 입학에 실패해 해외 의대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편법 의사'가 되는 경우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외국 의대 졸업자가 우리나라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하는 비율이 적은 현실에서 이 과정조차 생략한 채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에게 국내서 진료를 볼 수 있게 허용한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현영 의원은 "나라마다 환자의 인종·성별·생활 습관·지역별 특성에 따라 질병의 발생과 치료 반응 등 역학적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외국에서 의대를 졸업했더라도 한국 의사 국가시험을 다시 봐야 한국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과정을 생략한 채 외국의대 출신 의사를 현장에 곧바로 투입하는 것은 환자뿐만 아니라 자칫 발생할 의료사고의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하는 외국의대 출신 의사에게도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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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5.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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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는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의료보호 체계를 최대한 확대하고, 비상진료체계의 저변을 다지기 위한 조치"라며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는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도 "외국 의사는 △제한된 기간 내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국내 전문의의 지도 아래 △사전 승인받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며 "(의료)질의 문제, 언어 소통의 문제, 여러 가지 것들이 지적 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생각해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의대 졸업자의 의사 국시 합격률이 40% 남짓인 것을 근거로 외국 면허 의사의 국내 진료 허용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그보다 위험한 건 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못 받는 게 가장 위험한 것 아니겠느냐"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박 차관은 계약 기간이나 방식, 역할 등 구체적인 작업은 앞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지금 외국 의사가 한국에 와서 근무할 때 통상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정해 운영하고 있는데 만약 6개월 정도 단위로 계약이 이루어지면 중간에 심각 단계가 풀려도 그 6개월까지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해주는 게 맞지 않겠나 이런 판단을 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것은 조금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현재 비상진료체계가 큰 혼란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하에 당장 외국 의사를 투입하진 않을 계획이다.

박 차관은 "현재는 비상진료체계가 그래도 상당히 잘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공백이 발생하지 않으면 외국 의사가 들어올 일이 없다.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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