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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고의·예견가능성' 없다면…사망사고 발생해도 중대재해법 처벌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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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서울 시내의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으로, 오는 27일부터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50억원 미만 현장)으로 확대된다. 2024.1.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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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농협 하나로마트 청학점에서 발생한 노동자 A씨(50대·남성) 추락사 사건과 관련,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경영책임자인 조합장에게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지난달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망 산재 발생시 조사·수사기관은 경영책임자를 일단 피의자로 입건하고 기소하는 수순을 따랐다는 점에서 이번에 고용노동청 단계에서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부 소속 산업안전감독관(특별사법경찰관)이 1차 조사해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작된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발생한 사망 등의 중대산업재해는 510건이었다. 고용부는 이 가운데 102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나머지 사건은 대부분 조사를 진행 중이다.

노동부는 구체적인 내사 종결 건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송치 건수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4월20일 기준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총 46건, 불기소 13건으로 기소가 3.5배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주가 고의나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해도 조사·수사기관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 자체가 사업주가 인력투입, 예산확보 등을 통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중대재해처벌법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사례가 없고, 사망 사고의 경우 수사기관은 유가족들의 민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정도 작용한다.

수사 실무적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수사기관은 일단 형사책임 성립을 전제로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산업계 일각에서는 "법치국가에서 존재할 수 없는 사실상 무과실 책임 원칙이다",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을 내사 종결할 수 있었던 것은 '고의 및 예견가능성 부재'를 적극적으로 주장한 게 컸다. 조합 측은 사고 발생 직후부터 노동청과 해당 사건을 지휘하는 검찰에구체적으로 평소 △하나로마트가 안전 작업계획서 작성과 교육을 통해 지게차의 본래 용도 외 사용을 철저히 금지해 온 점 △평소 마트 내 시설 보수 작업을 예외 없이 외부 용역업체를 통해 수행해 온 점 △사고 발생 당시 차단막의 성능과 안정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점 등을 피력했다. 특히 A씨가 상부 보고 없이 지게차를 이용해 차단막 수선 도중 숨진 정황도 설명했다.

결국 노동청과 검찰은 대응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고의 및 예견가능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법무법인 창천의 중대재해처벌법 형사대응팀은 검사 시절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슬기 변호사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법무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유병택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출신 신동환 변호사로 구성됐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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