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의 ‘프락치 공작’ 피해자인 박만규 목사가 9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김혜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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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시절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이른바 ‘프락치’(비밀 정보원) 활동을 강요받은 피해자들이 9일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서울고법 민사8-1부(재판장 김태호)는 이날 ‘프락치 공작’ 피해자 고 이종명·박만규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1983년 군 복무 또는 대학 재학 중 불법 체포·감금돼 가혹행위를 당하고 동료 학생에 대한 감시와 동향 보고 등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지난해 11월 원고 일부 승소로 끝났다. 이후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했지만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항소를 포기했다.
이날 피해자들은 “정부가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 목사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을 통지받고 인권이 회복될 거라 생각했지만, 정부는 권고 이행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그래서 소를 제기했는데, 피고 대한민국이 저희 청구를 무조건 기각해달라고 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 과정에서 오히려 정부로부터 상처를 입었다”면서 “지난해 12월 이 목사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1심 판결이 선고된 지 약 2주 후 사망했다.
이 목사의 딸이자 소송수계인인 이봄씨도 이날 발언 기회를 얻고 국가가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아버지는 평생 그 시간에 갇혀 계시다 마음의 병을 얻어 결국 우리 곁을 떠났다”며 “그런데 국가는 과거의 일이고 책임자가 바뀌었다면서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이는 저희한테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언론에다가 사과를 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앞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항소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피해자분들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피해 당사자가 사망한 사실도 모른 채 형식적으로 사과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프락치 공작 피해자들은 국가배상 신청을 준비 중이다. 국가배상 신청자인 조봉호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화위 결정을 통해 녹화공작, 프락치 강요가 있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밝혀졌는데도 국가가 분명히 사과하지 않고 잘못도 시인하지 않아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조속히 관련 절차를 진행해 피해자들의 명예와 피해를 회복시켜 달라”고 말했다.
전두환 정권의 ‘프락치 공작’ 피해자 측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9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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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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