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라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인들이 소지품을 들고 라파에서 피신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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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생명줄’이라고 불리는 라파 지역의 국경검문소를 장악하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 이집트 등의 중재로 계속 휴전 협상을 이어나갔지만, 여전히 협상에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으로 폐쇄됐던 가자지구 남부 케렘 샬롬 국경검문소를 이날 재개방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은 “식량과 물, 쉼터 설치용 장비, 의약품 등 국제사회가 보내온 구호품을 싣고 이집트를 거쳐 온 트럭들이 이미 검문소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아직 구호품이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노동자들이 피난을 간 후 현재 그곳에서 구호품들을 받을 수 있는 사람조차 없다고 전했다. UNRWA는 라파 검문소를 개방해 연료를 보급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라파 검문소를 언제 다시 열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이 전날 탱크를 진격시켜 팔레스타인 쪽 라파 국경검문소를 점령하고 폐쇄하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재앙 수준에 직면했다.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검문소는 그간 국제사회가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반입하는 핵심 통로 역할을 해왔다.
라파로 들어오는 구호품 보급이 끊기면서 가자지구의 식량, 연료, 필수품 등이 모두 심각한 수준으로 부족한 상태에 처했다. 국제구호단체들은 가자지구의 모든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이 중단될 위기에 빠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통행로가 폐쇄되면서 현지에서의 인도주의적 활동 전체가 위태로워졌다”면서 “긴급히 재개되지 않으면 라파와 가자지구 사람들 전체가 기근, 질병, 사망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칼 스카우 세계식량계획(WFP) 부국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엔이 라파에 있는 가자지구 식품 창고에 접근할 수 없게 됐다”면서 “라파의 유엔 물류 창고가 이미 약탈당했고, 지금도 약탈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료와 의약품 부족 등으로 현재 라파 지역의 주요 병원들이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면서 부상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은 늘고 있지만, 다수가 정상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자지구 출산의 거의 절반이 이뤄지는 라파의 산부인과 병원도 환자 입원을 중단시켰다고 유엔인구기금(UNFPA)은 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군의 국경 통제로 유엔이 가자지구로 연료를 반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연료가 없으면 모든 인도주의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가자지구 남부의 병원에서 시설 운영에 필요한 연료는 사흘치 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미 라파에 있는 병원 3곳 중 하나인 나자르 병원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연료가 떨어지면 가자지구 남부 병원들의 의료 서비스는 곧 중단될 것”이라며 “라파에서의 군사 작전은 충분한 음식과 위생품, 의료서비스 없이 열악하게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접근하려는 우리의 능력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재개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휴전 협상 조율을 위해 당사국을 오가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하마스 측 인질 석방을 대가로 라파 공격을 중단하는 제안 등을 논의했다.
이스라엘 측 관리는 “하마스와 휴전 협상에서 돌파구의 신호를 보지 못했다”며 “다만 협상단은 한동안 카이로에 남아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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