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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노인 1000만 시대]⑪"시니어 인턴십, 경력 활용 재취업자·채용기업 모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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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비스 전주공장, 시니어 인턴십 사업 참여

1년간 경력 살려 근무하며 현장 경험 전수

노년 빈곤 피하며 무위·고독까지 해소

"정년퇴직하고도 국민연금 수급 개시까지 2년을 기다려야 해서 다시 일해야 했습니다. 경제활동을 다시 하면서 경험도 전수해줄 수 있어서 보람이 두 배입니다."

지난 2일 전북 전주시 휴비스 전주공장에서 만난 김재석씨(65)는 섬유 소재를 개발, 생산하는 이 회사에서 기계설비 유지업무를 36년간 담당하고 2019년 60세 정년퇴직했다. 이후 소규모 사업장에 재취업해 경력과 무관한 업무를 보다가 경영 악화로 정리해고돼 실업급여 수급자가 됐다. 그러던 중 휴비스 전주공장이 올 2월 전주시·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시니어 인턴십(세대 통합형)' 사업에 참여했다. 김씨는 이 사업 덕분에 다니던 공장에 재취업했다.

아시아경제

올해 휴비스 전주공장의 시니어인턴십에 채용된 김재석씨가 재생섬유 기계설비 유지보수 업무 노하우를 청년 멘티에게 전수해주고 있다. 사진제공=휴비스 전주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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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노인 일자리는 공공시설 봉사, 환경미화 등 공공형·사회 서비스형에 치우쳐져 있었지만, 최근 정부는 기업 참여를 유도한 민간형 노인 일자리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시니어 인턴십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 중 민간형 노인 일자리에 속한다. 기업에서 60세 이상 시니어 인력을 1년간 청년 멘토로 채용하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해당 기업에 1인당 300만원을 지원해준다. 휴비스 전주공장은 전북에서 시니어 인턴십을 처음 도입했다. 휴비스 전주공장이 모범이 돼 현재 전북에서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체가 3호까지 늘어났다.

시니어 인턴십 채용자는 직장 생활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해 줄 수 있고, 기업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 인력을 통해 숙련된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

한미선 휴비스 전주공장 인사 담당자는 "기업은 숙련된 작업자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고, 퇴직한 시니어는 경제활동을 통해 가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시니어 인턴십 제도는 기업과 개인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휴비스 전주공장에서 일하는 시니어 인턴 40명은 전기·기계 보전 기술과 현장의 운전 조건 설정 노하우 등을 주니어급 직원에게 전수해주며 주 40시간 근무한다. 월급은 300만원 선이다. 정부 재정 일자리 사업인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월 29만원 이내의 활동비를 지원해주는 것과 비교하면 휴비스 전주공장의 시니어 인턴십 급여는 10배 이상이다. 정찬모 휴비스 전주공장 경영지원팀 과장은 "시니어 인턴십에 참여한 멘토들이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주니어급 사원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어 현장 경영 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재취업자의 만족도가 높은 동시에 시니어 인력의 인건비도 평균 임금보다는 낮게 책정되어 기업 부담은 덜하다"고 말했다.

정년퇴직 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노인은 계속 늘고 있다. 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2008년 3.3%에서 2017년 6.7%, 2020년 7.9%로 증가했다. 향후 노인 일자리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22.4%(2020년)가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노인 일자리·사회활동 지원 사업과 관련해 공공형, 사회 서비스형, 민간형 등 다양한 방식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사회활동 지원 사업 중 공공형은 지난해 60만8000개에서 올해 65만4000개로 늘고, 사회 서비스형은 8만개에서 14만1000개로 확대된다. 민간형도 강화한다. 민간형 노인 일자리에는 시장형,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자친화기업이 있는데 이 중 시장형은 4만5000개에서 5만8000개로, 취업 알선형은 8만8000개에서 9만5000개로 늘고, 시니어 인턴십은 5만5000개에서 올해 7만개로, 고령자친화기업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2만개를 계속 유지해나갈 예정이다.

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미참여 가구보다 약 6.2%포인트 낮고, 월평균 가구소득은 17만원 증가하며 보건의료비는 1인당 월평균 7만499원 덜 나오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노인 일자리에 따른 의료비 절감 효과가 7457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조홍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장은 "노인 일자리 사업은 근로 유지와 함께 노년기 무위, 고독을 해소하는 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주=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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