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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尹-李 ‘골프 회동’에 부부동반 모임이라니”…‘비선 논란’ 당혹스런 대통령실[용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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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침묵 속에도 온갖 썰이 넘쳐납니다. 동아일보 대통령실팀 기자들이 함께 쓰는 디지털 전용 콘텐츠 [용썰]은 대통령실을 오가는 말의 팩트를 찾아 반 발짝 더 내디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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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 악수한 뒤 착석을 권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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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함성득 원장이 친분은 있지만, 이재명 대표와 골프 회동과 부부동반 모임이라니….”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회담 성사 과정에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비공식 라인’이 가동됐다는 논란을 두고 윤 대통령 부부를 잘 아는 한 여권 관계자는 “인터뷰 내용이 민감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부부 동반 모임이라니, 그림이 상상도 잘 되지 않는다”며 “김건희 여사가 골프를 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함 교수가 친분이 있어 실제 메신저 역할을 일정부분 했다손 치더라도 용산 정무라인이 엄연히 있는 와중에 비공식 라인이 회담 성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처럼 말한 데 대해 당혹스러움이 역력했다. 그는 “함 원장과 임 교수의 인터뷰 보도가 나온 날 아침부터 대통령실에서 난리가 났다. 대형사고로 보였다”고 말했다.

● “함 교수, ‘尹-李 회담’ 성사에 일부 역할 했을 수 있어”

함 원장은 윤 대통령 부부가 살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이웃 주민이다. 단지 내 골프 연습장이나 사우나에서 검찰 간부로 재직하던 윤 대통령과 종종 마주쳤고, 이후 친분을 쌓아왔다고 한다. 아크로비스타에 거주하는 한 법조인은 “단지 내 골프 연습장에 갔더니 함 원장이 당시 윤 총장이 연습하던 타석으로 나를 데려가 소개시켜준 적이 있다. 공을 툭툭 치고 있는 윤 대통령의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함 원장이 종종 식사했다는 아크로비스타 상가의 한 음식점도 법조인들 사이에 잘 알려진 곳이다.

2021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자택에서 찍은 첫 유투브 인사 영상에도 함 원장의 흔적이 보인다. 윤 대통령의 뒤로 보이는 책장에는 함 원장이 집필한 ‘제왕적 대통령의 종언’이 꽂혀 있다. 함 원장은 최근 저서 ‘위기의 대통령’을 출간하고 윤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독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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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앞에서 만나 인사를 마친 뒤 이 대표가 내부에 설치된 테이블로 걸어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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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도 윤 대통령과 함 원장의 관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다만 비공식 라인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 듯한 ‘비선 논란’이 재차 확산하는 양상은 차단하려는 분위기다. 지난달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대통령비서실장 인선 검토’ 보도 논란에 이어 자칫 ‘비선 논란 2탄’으로 확산될까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회담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함 원장과 임 교수가 일부 역할을 했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해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함 원장이 언론사와 이런 내용의 인터뷰를 했는지 몰랐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부에선 (두 사람이) ‘자기 장사를 해도 정도가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크다”며 “인터뷰 기사를 두고 시끄러웠다”고 전했다. 함 원장은 논란이 불거진 후 “대통령의 큰 정치에 대한 진정성을 잘 소개해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尹 “주변 조언 많이 받았다” 9일 기자회견서 논란 설명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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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재진을 만나 민정수석실 신설과 신임 민정수석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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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7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인터뷰 내용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재진과 만나 민정수석실 신설 배경을 설명하며 “주변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해서 그동안 취임한 이후부터, 언론 사설부터 주변의 조언이나 이런 것들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화 통화나 텔레그램 메신저로 종종 외부 인사들로부터 조언을 듣는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런 생생한 민심 청취가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이번 일을 보면 실체 관계와 무관하게 공식 참모 조직이 배제되는 듯한 부정적 효과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첫 회담 성사 과정에서 활동한 비공식 라인에 대한 질문도 나올 수 있다. 한 참모는 “질문이 들어온다면 대통령이 답변을 피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이 생겼으니 윤 대통령에게 들어오는 주변의 조언보다는 공식조직을 통해 민심 청취 기능이 강화되고 소통 기능도 보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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