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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윤 대통령, 대표 단어 ‘자유’ 1000회 넘게 사용[윤 대통령 2년 메시지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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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정부’ ‘경제’ 다음으로 많이 언급한 ‘자유’

한미정상회담 열린 2023년 4월에만 184회

연관어 분석 결과 ‘공산’의 반대어로 주로 사용

‘인권’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슷하게 언급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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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2022년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 말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자유’를 강조한 윤 대통령은 지난 2년간 공식 메시지에서 자유를 1000번 이상 말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향신문이 7일 대통령실 홈페이지 ‘대통령의 말과 글’에 올라온 2022년 3월 당선인 시절부터 지난 3월까지 2년치 메시지를 전수 분석했더니 이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은 ‘자유’를 992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1420회), ‘정부’(1120회), ‘경제’(1120회) 다음으로 많이 사용한 명사였다. ‘대통령의 말과 글’에 게재되지 않은 취임사(35회)와 이번 분석 대상에서 빠진 지난 3월 상공의날 기념식 특별강연(69회)을 포함하면 1000회가 넘는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등이 열린 지난해 4월 한 달에만 공식 메시지에 자유라는 단어를 184회 사용했다.

전임 대통령들도 자유를 적잖게 언급했지만 빈도수에서 윤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을 압도했다. 윤 대통령과 같은 기준으로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 웹페이지에 올라온 첫 메시지로부터 2년간 분량을 분석했더니 이 전 대통령이 자유를 언급한 횟수는 178회였다.

박 전 대통령은 79회, 문 전 대통령은 119회 언급했다. 빈도수로 보자면 자유가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메시지를 대표하는 단어이자, 명실상부한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핵심 가치인 셈이다.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3월 대통령 당선 이후 2년 동안 발표한 공식 메시지에 등장하는 주요 단어와 그 연관어를 이미지로 만든 관계도다. 관계도를 보면 ‘자유’가 상대적으로 큰 것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전임 대통령 3명과 달리 ‘세계’ ‘자유’ ‘국제’와 이어져 있다. 외교 관계에서 ‘한국’의 연관어로 많이 쓰이는 중국이 빠져 있는 것도 윤 대통령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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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면 윤 대통령이 말한 자유의 정의가 이전 대통령들이 사용한 자유의 의미와 다르다는 분석 결과가 도출됐다. 연관어 분석을 통해 윤 대통령이 말한 자유가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사용됐는지 확인해봤다. 그랬더니 공산주의, 사회주의의 대척점으로서의 자유를 말한 경우가 많았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의 메시지 가운데 자유와 연관도가 높은 단어는 ‘민주주의’ ‘번영’ ‘보편’ ‘자유민주주의’ ‘가치’ ‘법치’ ‘국제사회’ ‘헌법’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결합한 ‘자유민주주의’란 단어도 116회 사용했고 ‘자유대한민국’은 28회, ‘자유민주주의국가’는 15회 언급했다. 이 밖에 ‘자유사회’(14회), ‘자유세계’(9회), ‘자유주의’(8회), ‘자유수호’(7회), ‘자유민주주의가치’(4회) 등 자유와 함께 등장한 다른 단어들 역시 억압이나 압제의 상대적 개념으로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윤 대통령과 같은 보수를 표방했던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도 메시지에서 자유와 연관도가 높은 단어로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추출됐다. 다만 두 전직 대통령은 ‘참전’ ‘전쟁’ 등 역사와 관련된 맥락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전 대통령 경우 ‘전쟁’ ‘바치다’ ‘지키다’ ‘수호하다’ ‘목숨’ ‘용사’ 등이 자유와 연관도가 높은 단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자유의 연관어가 ‘바치다’ ‘유엔’ ‘참전’ ‘조국’ ‘지키다’ 등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사용한 ‘대한민국’이라는 단어의 연관어 비교를 통해서도 그가 말하는 자유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 속 대한민국의 연관어는 ‘자유-국제사회-책임-번영-글로벌중추국가’였다.

이 전 대통령은 ‘역사-건국-성숙하-선진-일류’ 등 주로 역사적 의미를 강조할 때 대한민국을 썼다.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연관어가 ‘나라-조국-지키-희생-함께-헌신’ 순으로, 문 전 대통령은 ‘임시-나라-민주-독립-독립운동-수립’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대한민국과 자유라는 단어를 과거에 초점을 맞춘 역사적 의미보다 현재적 의미에서 많이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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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요 단어 연관어 관계도를 보면 ‘세계’가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금융위기 당시 재임해 ‘세계’ 바로 옆에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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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요 단어 연관어 관계도에선 ‘경제’와 ‘창조’가 매우 가까운 것을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단어 관계도와 달리 ‘대한민국’이 ‘국민’, ‘역사’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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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메시지의 주요 단어 연관어 관계도를 보면 ‘대한민국’과 ‘역사’, ‘정부’가 이어져 있다. ‘한국’의 연관어에 러시아가 포함된 것은 문 전 대통령의 신북방정책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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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인권’ ‘공정’ ‘연대’도 많이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 이후 2년 동안 이 단어들을 얼마나 사용했을까. 인권 181회, 공정(공정하다·공정하게·공정 등 포함) 171회, 연대(연대하다·연대 등 포함) 293회로 나타났다.

이런 빈도는 전임 대통령 가운데 문 전 대통령과 유사했다. 특히 인권은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보다 더 자주 사용했다. 윤 대통령이 2년간 내놓은 전체 메시지 말의 뼈대(명사·형용사·부사·동사 등 주요 품사만 추출한 것) 중에서 ‘인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0.893‰(천분율)이었고, 문 전 대통령은 0.629‰였다. 이·박 전 대통령은 인권, 공정, 연대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세 단어를 말한 사례는 43회였고, 박 전 대통령은 63회였다.

이처럼 윤 대통령은 말로써 자유와 인권, 공정, 연대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말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일례로 각종 행사에서 윤 대통령에 항의하는 시민이 대통령실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대선 시절 윤 대통령에 대한 후보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와 기자 다수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국경없는기자회’가 집계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64.87점으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70점 아래로 떨어지는 등 언론 자유도 후퇴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학자는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이념적인 의미에서의 자유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실체나 내용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며 “자유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인데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에 옮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 대통령의 말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4/yoonsword/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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