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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찐’ 현지 성공하려면 ‘지분 투자’가 답[K-금융, 빛과 그림자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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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제의 큰 축은 산업과 금융으로 나뉜다. 산업과 금융은 톱니바퀴처럼 엮여 함께 성장한다. 하지만 한국의 산업과 금융의 격차는 크다. 산업 분야에서 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든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금융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변방이다. 1897년 한국 최초의 근대적 은행인 한국은행이 설립된 후 127년이 흘렀고 해외에 첫 깃발을 꽂은 지 57년이 됐지만 ‘안방 호랑이’에 그치고 있다. K-금융의 명과 암을 조명해본다.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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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화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어
국내 금융사 간 출혈경쟁도 우려
해외 금융사 지분으로 수익 내야
금융위 "규제 개선 등 측면지원"


국내 금융사가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지분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지에 법인이나 점포를 새로 설립하는 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지만, 이는 출혈 경쟁이나 사전 작업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 금융사에 투자한 기업들이 규제나 투자부실 위험을 대비할 수 있도록 국내 금융당국과의 소통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달 3일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의 지분 총 40%를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임시이사회에서 ‘인도네시아 금융회사 투자 승인의 건’ 안건이 통과된 바 있다.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 은행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국내 보험사의 해외 은행업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점포나 법인 설립이 아닌 지분투자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손보업을 넘어 은행업까지 영위하는 계획을 달성한다는 것이 한화생명의 전략이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3일 인도 뭄바이에서 현지 비은행 금융회사 중 학자금대출 1위 기업인 크레딜라와 지분 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지분 투자는 크레딜라의 증자에 신한은행이 1억8000만달러(약 2400억 원)가량을 투자해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한은행은 크레딜라 지분 약 10%를 취득하게 됐다.

현대캐피탈도 지난 3월 호주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금융사 인수 작업을 매듭지었다. 오는 6월부터 대표직을 맡는 정형진 현대캐피탈 사장 내정자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이처럼 최근 금융사들은 현지 법인이나 점포 설립 대신 현지법인 인수 및 지분 인수를 통합 합작법인을 통한 영업 전략으로 선회했다. 해외 진출지 네트워크가 부족한 만큼 대형화나 현지화가 미흡해 경쟁력이나 네임밸류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이는 결국 시장지배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인을 세워 현지화를 하는데 시간과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며 “직접 영업하지 않고도 수익 일부를 가져올 수 있는 지분투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분투자 방식도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원하는 시기에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지거나 지분매각 대상 선정 시 현지 금융당국의 개입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재무나 회계 투명성이 낮아 정확한 시장 가격 산정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에 대한 지분취득 한도와 같은 현지 규제에 따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와 해외 간 금융당국 간의 소통을 통한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측면 지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하려는 금융사들이 느끼는 걸림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대대적으로 규제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해외진출 지원은) 단기간에 효과가 나오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우리 금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만큼 올해도 장·차관의 출장 등을 늘려 통해 당국 간 네트워크 사업을 더 중점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투데이/김재은 기자 (dov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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