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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자수첩] 낙관 위에 세워진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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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은 70%에 달했다. 연금보험료율은 3%에 불과했다. 가파른 경제성장과 함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노동시장 진입으로 연금기금 적립액은 빠르게 늘었고, 국민연금의 장래도 밝아 보였다.

그러나 출범 당시 70%에 달했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현재 40%까지 내려왔다. 3%에 불과했던 연금보험료율은 9%까지 늘었다.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출생률도 빠르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연기금도 감소세로 접어들고, 오는 2060년을 전후해 소진된다.

국회는 연기금 소진을 늦추기 위해 현행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방안,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고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방안 등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연금보혐료율과 소득대체율에만 집중한 개혁안은 연기금 수익률이 5.92% 수준을 유지하고, 세계 최저 수준인 출생률이 머지않아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연기금 소진을 고작 6~7년 늦출 뿐이다.

물론 연기금이 모두 소진되더라도 국민연금은 계속해서 지급된다. 미래 세대가 납입할 보험료에 더해 국고를 함께 투입하는 방식이다. 미래 세대의 부담은 그만큼 가파르게 늘어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30세대 10명 중 8명은 국민연금제도를 불신하고 있다. 89%는 보험료가 계속해서 인상될 수 있다고 걱정했고, 83%는 연기금 소진으로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 73%는 연금개혁에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경제 성장세는 둔화했지만, 주거비, 양육비 등 비용은 늘면서 결혼 및 양육을 포기하는 청년이 빠르게 늘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겪는 청년세대는 경제 성장기를 겪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미래에 비관적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결정을 위해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과감히 포기한다.

기성 세대의 '미래를 향한 낙관' 속에 설계된 국민연금도 지금의 현실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려 기성세대를 부양하는 지금의 연금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청년들이 내 집 마련, 결혼, 출산, 육아를 넘어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도록 내몰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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