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은 개인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기존 120%에서 105%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담보 비율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건 예탁원과 증금이지만, 담보 비율은 이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105%라는 수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결정한 것이다.
담보 비율 105%란 과거엔 주식 100만원어치를 빌리려면 현금 120만원이 담보로 잡혔는데, 앞으로는 105만원만 내도 된다는 뜻이다. 담보 비율이 낮을수록 공매도를 하기 유리한데, 이번 발표를 보면 금융당국은 개인에게 공매도 기회를 더 열어주겠다는 입장인 것을 알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건전성을 고려하면 (금융당국 입장에서) 공매도 담보 비율을 높게 잡는 게 좋지만, 글로벌 표준을 고려했을 때 그럴 수 없었다”며 “흐름을 따라가지 않으면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고립될 수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이 4월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를 개최했다./금융감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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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표준을 고려했다는 금융당국의 설명처럼 우리나라 담보 비율은 해외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의 담보 비율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 합의지만, 시장 관행은 102%다. 유럽과 싱가포르 역시 시장 관행은 105%다. 홍콩은 아예 105%로 정해놨다. 일본은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하고 있다.
즉 금융당국은 기관의 담보비율을 기존보다 높이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개인의 불만도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글로벌 관행을 고려해야 했기에 기관 담보비율은 손대지 않고 개인의 담보비율을 낮춘 셈이다.
이번 조치로 오히려 개인에게 유리한 환경이 됐다. 예탁원과 증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개인과 기관의 상환 기간 역시 ‘90일+필요시 연장’으로 통일시켰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일 뿐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기관은 대여자가 요구 시 90일 전이라도 즉시 갚아야 하지만, 개인은 90일 이내에 대여자가 중도 상환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해외 주요국은 기관의 공매도 상환 기간 제한이 없다. 다만 이는 장기로 빌리는 경우가 흔치 않아 만기를 두지 않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회의사당./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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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매도 조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개인 투자자뿐만이 아니다. 전문가 집단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이유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공매도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데도 금융당국이 문턱을 낮췄다고 지적한다.
주식을 사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주가의 상승분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무한대다. 반대로 손실은 주식에 투자한 원금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공매도는 반대다. 수익은 주가 하락분에서 대여한 주식의 이자를 뺀 값이지만, 손실은 무한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무한정 오르면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라도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가 공매도의 타이밍을 정말 잘 잡아도 수익률이 50% 될까 말까 한다”면서 “개인의 공매도 문턱을 너무 낮추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담보 비율과 상환 기간은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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