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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고/강남훈]전기차 ‘캐즘’ 극복 보조금 등 특단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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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2021년 123%, 2022년 69.9%, 지난해에는 29.7%로 줄어드는 등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됐다.

미국은 3월 2027∼2031년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완화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전환 정책 폐기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럽도 4월 배출가스 규제를 초안보다 대폭 완화했다.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시장들에서도 보급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을 견제하고 급격한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고용 및 산업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국내 전기차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2022년 8월 전기차 누적 50만 대 보급을 달성했으나 하반기부터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 전기차 보급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1분기(1∼3월)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동기보다 판매가 25% 줄어 전기차 수요 위축도 우려된다.

이런 상황 속에 두 가지 측면에서 정책적 판단과 실행이 필요하다.

첫째, 현재 전기차 수요 부진 상황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 수요 부진 상황이 2∼3년간 장기화할 경우 미래차 전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따라서 수요 확보를 위해 획기적이고 과감한 보급 확대 정책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고, 전기차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충전요금 할인특례를 부활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고속도로 전용차선 허용, 거주자우선주차제 우선순위 부여 등 비재정적인 수단의 확대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충전기의 효율적 구축과 체계적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통합 관리기관 지정 등을 통해 충전 불편을 최소화하고, 공동주택 지정주차제 도입을 통해 홈 충전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내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2030년까지 무공해차 보급 목표는 450만 대다. 매년 55만 대를 판매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지금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이 60만 대 수준이고, 최근 전기차 시장 추이를 고려할 때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의 목표는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고 정책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도전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자동차 CO₂ 규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장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무리한 보급 목표는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전기차 전환 비용을 높이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전기차 기업의 한국 시장 잠식을 초래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따라서 최근 자동차 시장 상황을 반영해 CO₂ 감축 수단 중 무공해차 전환 비율을 축소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전기차 보급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되 시장 상황을 반영해야만 한다.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좀 더 효율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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